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압꾸정’과 ‘탄생’

영화 '압꾸정'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압꾸정'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마동석 주연의 코미디 영화 '압꾸정'(감독 임진순)과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1821~1846) 신부의 고난과 신앙심을 그린 영화 '탄생'(감독 박흥식)이 11월 마지막 날 극장가에서 맞붙었다.

'압꾸정'은 2007년 서울 압구정을 배경으로 번쩍이는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토박이와 최고의 손기술을 지닌 성형외과 의사가 인생 2막을 위해 손을 잡으며 펼쳐지는 코미디 영화다.

거구의 몸을 자랑하는 대국(마동석)은 압구정 마당발이다. 제대로 된 직업도 없지만 늘 넘쳐나는 사업 아이템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잘 나가던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는 누명을 쓰고 의사 면허가 정지된 뒤 다른 의사의 이름으로 대리 수술을 하는 신세다.

대국은 지우가 돈줄이 될 것임을 직감한다. 이제 사업 수완을 발휘할 때다. 그는 지우와 함께 15층 규모의 건물을 통째 성형외과로 만드는 일에 착수한다. 중국 시장을 뚫기 위해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을 배치하는 등 고객 유치에 힘을 쏟은 결과 병원은 북새통을 이룬다.

지우는 이제 스타 의사가 되고, 대국은 압구정에 아파트를 살 정도로 형편이 나아졌다. 그러나 둘의 달콤한 밀월은 새로운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지우는 모두 자기 실력이라 자만하고, 대국은 더 큰 돈을 벌려고 무리를 한다.

영화 '압꾸정'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압꾸정'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마동석과 '범죄도시' 시리즈 제작진이 손을 잡고 만든 코미디 영화다. 마동석은 빨간 머리에 오렌지 색 셔츠 차림으로 능청스러운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마동석의 '허당'은 이제 캐릭터가 됐다.

오나라, 오연서, 최병모 등 배우들까지 합쳐 K-뷰티의 성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경쾌하다. '범죄도시3'를 앞두고 마동석의 이미지와 캐릭터에 기댄 영화다. 112분. 12세 관람가.

영화 '탄생'의 한 장면. 라파엘픽쳐스 제공
영화 '탄생'의 한 장면. 라파엘픽쳐스 제공

'탄생'은 지난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김대건 신부의 고뇌를 담은 작품이다. 가톨릭 성인이기 앞서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20대 젊은 조선 청년의 위대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1845년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조선. 25살의 청년 김대건(윤시윤)은 사제가 되라는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신학생 동기 최양업(이호원), 최방제(임현수)와 함께 마카오 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뒤늦게 합류했지만 호기심 많은 성격으로 외국어와 신학을 빠르게 익힌다. 아편전쟁으로 조선으로 돌아가는 길이 어렵게 되자 필리핀, 중국에 머물며 귀국을 모색한다. 마침내 작은 목선에 의지해 조선으로 돌아온다.

'탄생'은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한 시대를 연 개척자의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서양인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신문물과 새로운 지식에 갈구하는 그 여정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탄생'은 국내 시사회에 앞서 교황청에서 먼저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작진, 출연 배우 등을 만난 자리에서 "1천만 관객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대건 역의 윤시윤은 배우로서 진중한 연기와 함께 천주교인을 연기한 이문식, 윤경호 등은 위험하고, 험난한 여정 속에 극적 재미를 끌어낸다. 최근 암 투병 소식이 알려진 안성기 씨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수석 역관 역할을 소화했다. 150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영화 '탄생'의 한 장면. 라파엘픽쳐스 제공
영화 '탄생'의 한 장면. 라파엘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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