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에서 웃은 건 미국이었다.
미국은 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이란과의 3차전에서 1대 0으로 이겼다.
가뜩이나 정치적으로 '앙숙' 관계를 이어온 두 나라인데, 이번에 '외나무다리'에서 제대로 만났다. 미국과 이란 모두 이 경기에서 이기면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고, 반대로 패하면 탈락인 상황이었던 것. 다만 이란은 미국보다 승점 1점이 앞서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더욱이 두 나라는 경기 전부터 한바탕 홍역을 치른 터였다. 경기 전 미국 대표팀이 최근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로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이란 국기에서 가운데 있는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한 것이다. 이에 이란 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며, 미국을 이번 월드컵에서 퇴출할 것을 촉구했다.
'국기 훼손'이라는 이란의 거센 반발에 미국 대표팀의 그렉 버홀터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과 스태프들을 대신해 사과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감정의 골'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이날 맞대결의 중요성을 입증하듯 양 팀 팬들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구름처럼 몰려들며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각자 국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 주변을 돌며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쳐댔다.
열기는 킥 오프 이후에도 이어졌다. 미국과 이란 팬들의 함성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특히 이란 팬들이 만든 열기가 대단했다. 이들이 하나 된 동작으로 외치는 "이란!" "골!"은 시끄러운 나팔 소리도 뚫어낼 정도였다. 28년 만에 최다관중 기록을 깬 C조의 아르헨티나-멕시코전을 방불케 했다.
비록 응원전에서는 밀렸지만, 경기의 주도권은 미국이 잡았다. 시종일관 빠른 공격으로 이란을 압도하던 미국은 전반 38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서지뇨 데스트가 머리로 내준 공을, 문전으로 쇄도하던 크리스티안 풀리식이 몸을 던져 마무리했다.
전반전 내내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이란은 후반전 들어 몇 차례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마지막 순간 결정력을 살리지 못한 채 0대 1로 패배했다.
이날 승리한 미국은 B조 2위(승점 5점)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조 1위는 같은 날 웨일스를 3대 0으로 제압한 잉글랜드(승점 7점)다.
카타르 도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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