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항복하면 살려주나요?"…우크라 핫라인, 러 군인 문의 하루 100통

우크라 정부, 지난 9월 러시아 항복 유도 위해 '핫라인' 개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바흐무트 부근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그라드 다연장 로켓 발사기에서 로켓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바흐무트 부근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그라드 다연장 로켓 발사기에서 로켓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항복을 유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개설한 '핫라인'에 도움을 요청하는 러시아 병사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보도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 9월에 만든 '나는 살고 싶다'(I Want To Live) 핫라인으로 러시아군 병사와 가족 등의 문의가 하루 평균 100건이 접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된 러시아군과 그 가족들로부터 접수된 문의는 3천500건이 넘는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부분 동원령 발동, 헤르손 점령지에서의 철수 발표 이후 문의 건수가 급증했다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 측 설명이다.

'나는 살고 싶다' 핫라인은 지난 9월 중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였던 하르키우 지역을 재탈환한 뒤 러시아군의 항복을 받아낼 목적으로 개설했다.

전화 상담은 물론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러시아군의 문의에 답을 해준다.

핫라인으로 직접 전화를 하거나 텔레그램·왓츠앱으로 세부 정보를 등록하면 '살고 싶다'와 연결되며,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 받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나는 살고 싶다' 프로젝트를 러시아군의 사기 저하 작전 용으로도 활용 중이다. 우크라이나가 만든 선전 영상에는 '자신에게 물어보라,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라는 문구를 앞세우고 있다. 폭발 장면, 러시아 병사들의 투항 사진 등을 내걸었다.

BBC는 보도에서 전쟁포로 처우 본부 관계자(통화 상담가) 말을 인용해 "항복 방법을 묻는 러시아군에게는 통상 '위치를 공유해달라'고 답변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곳으로 전화하는 러시아 군인들은 거의 대다수가 간절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면서 "군 부대에서 몰래 도망쳐 나와 전화할 수 있는 저녁 시간대에 통화 건수가 확 늘어난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간절하면서도 좌절하는 모습"이라며 "핫라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행여나 함정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복 방법을 묻는 러시아군에게는 통상 '위치를 공유해달라'고 한다"며 "군 부대에서 몰래 도망쳐 나와 전화할 수 있는 저녁 시간대에 통화 건수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BBC가 확보한 일부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러시아 본토에서 온 메시지도 다수 있었다. 스스로를 '모스크바 거주자'라고 밝힌 한 문의자는 "수차례 징집 당할 뻔했으나 지금까지는 피했다.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고 싶지 않고, 내 목숨도 부지하고 싶다"며 방법을 물었다.

이에 우크라이나 핫라인 상담원은 "일단 우리 '살고 싶다' 챗봇을 등록하세요. 그리고 우크라이나로 파견되기 전에 미리 최전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밀 휴대폰을 하나 준비하세요"라고 답했다.

핫라인 관계자는 일부 러시아 병사들은 단순히 우크라이나 측 반응을 떠보거나 자극하기 위해 핫라인에 접속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가 국내 이동통신 등을 이용한 핫라인 이용은 차단시킨 터라, 해당 핫라인 이용자들은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러시아군 병사일 가능성이 크다.

'나는 살고싶다' 핫라인 책임자인 비탈리 마트비엔코 대변인은 "러시아인들이 아직 징집되기 전부터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린 이후 최근에는 새로 징집된 병사들로부터 더 많은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딘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반격을 가할 때마다 전화가 걸려오는 건수가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마트비엔코 대변인은 "우리는 싸우기를 원치 않는 러시아 징집병들을 대상으로, 전장에서 방패막이로 버려지는 군인들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들이 자발적으로 항복한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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