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테슬라의 자동차 생산공장(기가팩토리) 유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메이커인 테슬라가 아시아 제2생산공장 후보지로 한국을 꼽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다.
기가팩토리가 포항에 유치될 수만 있다면야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연간 150만~200만 대의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가팩토리가 포항에 들어설 경우 대구경북의 산업 지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이 연간 16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포항으로서는 1973년 포항제철소 제1기 고로 종합 준공에 버금가는 도시 발전 일대 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는 금물이다. 기가팩토리를 유치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일단, 우리나라 말고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테슬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지난달 23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한국을 아시아 기가팩토리 건설의 최우선 후보지 중 하나로 꼽고 있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을 최종 후보지로 낙점해 놓은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최종 후보지로 확정된다고 해도 포항으로 오는 것도 아니다. 현재 기가팩토리 유치에 나선 국내 지자체만 해도 포항시를 비롯해 모두 9곳이다. 이들이 감나무 아래에서 입 벌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는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테슬라가 대한민국의 정치 논리, 국가균형발전 같은 가치를 고려할 일도 없다. 테슬라는 철저한 자사 이익과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기가팩토리 최종 후보지를 정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기가팩토리 입지 조건으로 따지면 포항 만한 곳도 잘 없다. 포항은 포스코라는 안정적 철판 공급 인프라와 잘 조성된 2차전지 생태계, 포스텍 등의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테슬라 경영진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정교한 유치 전략 수립이 가장 중요하다. 테슬라가 포항에 올 것처럼 지역민들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등 김칫국부터 들이켜서도 안 된다. 테슬라는 이르면 연내 혹은 내년 1분기 중에 아시아 기가팩토리 최종 후보지를 발표한다고 한다. 냉정하고도 철두철미한 유치 전략 수립을 포항시와 경북도에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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