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오랜 역사 간직한 첫 수도 노르웨이 트론헤임

노르웨이 왕가 대관식 지켜본 '천년의 대성당'
왕 무덤 위에 지어진 니다로스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돌 조각품 신비로워
1906년 하콘 12세 마지막으로 즉위식
니델바강에 위치한 붉은색 나무다리…'연인과 포옹하면 영원한 사랑' 전설

트론헤임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수도사의 섬인 뭉크홀맨은 작고 둥근모양이지만 멀리서 보면 너무 신비로워 보였다.
트론헤임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수도사의 섬인 뭉크홀맨은 작고 둥근모양이지만 멀리서 보면 너무 신비로워 보였다.

◆ 노르웨이왕국 최초의 수도 트론헤임

트론헤임(Trondheim)은 노르웨이에서 3번째로 큰 중세도시로 전통이 잘 보존된 매력적인 곳이다.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을 간직한 노르웨이 최초의 수도였으며, 인구 20만명 중에 대학생이 3만 명이나 되는 활기에 넘친 대학가와 해양기술 및 의료연구센터 등 첨단산업도시다. 1,000년이 넘는 중세유적이 집중된 역사지구와 구 시가지는 역사와 문화재가 있어 걸어서 여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니델바(Nidelva) 강변에 있는 트론헤임 기차역에서 도심광장으로 걸어간다. 이 광장은 트론헤임의 중심가로 주변으로 시청, 시의회, 법원, 박물관 등이 있다. 광장중앙에 있는 18m 높이의 동상은 노르웨이에 기독교를 전파하고, 1030년 전사한 뒤 사후 순교자와 성인으로 시성된 올라프 트리고바손(Olav Trygvesøn)왕의 동상이다.

트론헤임의 랜드마크인 니다로스 대성당(Nidaros Cathedral)은 1035년 울라프 왕의 무덤 위에 지어진 교회이다. 여러 차례 증, 개축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천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서 깊은 성당이다.

니다로스 대성당은 노르웨이 왕가 대관식이 거행되었던 곳으로, 성당 전면에는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비롯하여 노르웨이 왕들과 주교상을 조각해 놓았다.
니다로스 대성당은 노르웨이 왕가 대관식이 거행되었던 곳으로, 성당 전면에는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비롯하여 노르웨이 왕들과 주교상을 조각해 놓았다.

파란 스칸디나비아의 하늘을 배경으로 니다로스 대성당의 웅대한 모습을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안에서 마주할 수 있는 천년의 역사 공간 내부에는 두 개의 제단에 대형오르간 바그너와 스타인마이어가 있다. 성당내부는 화려하고 장엄하게 꾸며져 있다. 20세기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라틴어와 고대 노르웨이어로 된 비문이 새겨져 화려하게 장식된 셀 수 없이 많은 돌 조각품이 니다로스의 천년 공간을 더욱 신비롭게 한다.

니다로스 대성당은 노르웨이 왕가 대관식이 거행되는 곳으로, 1906년 하콘12세 대관식을 끝으로 이제는 대관식장으로 사용되지 않지만, 노르웨이 왕국을 상징하는 아주 중요한 성당이다.

니다로스 대성당 꼭대기 지붕에 우뚝 솟아 있는 91m의 첨탑에 올라가서 사방팔방으로 펼쳐져 있는 트론헤임의 모습을 만끽한다. 가까이로는 알록달록한 원색의 집들과 저 멀리 노르웨이 바다와 피오르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니델바강 하구쪽에는 18세기와 19세기에 건축된 알록달록한 창고 건물들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놓고 있다.
니델바강 하구쪽에는 18세기와 19세기에 건축된 알록달록한 창고 건물들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놓고 있다.

◆목가적인 구시가지 바클란데

성당과 그 주변지역을 둘러 본 후 니델바 강변을 따라 중세의 상인과 어부들의 창고와 집들이 있는 멋진 뷰를 자랑하는 곳을 찾았다. 1681년 건설된 감뢰 뷔브로(Gamle Bybro)는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오래된 나무다리로 1718년 스웨덴이 도시를 포위하고 공격하면서 불타고 파괴되었다. 그 후 새로운 다리가 그 자리에 세워졌고, 도시의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연인과 포옹을 하면 그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의 다리라고 한다.

1681년에 건설된 니델발강의 나무다리는 연인과 포옹을 하면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사연이 있다.
1681년에 건설된 니델발강의 나무다리는 연인과 포옹을 하면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사연이 있다.

강 하구쪽에 18세기와 19세기에 건축된 알록달록한 창고 건물들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놓고 있는 목가적인 구시가지 바클란데(Bakklandet)가 나온다. 빨강, 노랑, 주황빛 초록 등으로 칠해진 화려하고 유서 깊은 목조건물들은 18~19세기에 건축된 것이다.

이 아름다운 건물들은 오늘날 창고 대신 벤처 사무실과 소호회사들로 변신하여 새로운 부를 창조하고 있다. 이곳에는 수많은 작고 개성적인 미술관과 공예품 공방, 아름답고 깜찍한 카페들이 작은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많은 여행자들이 아름다운 목조주택에 열광하고 감동을 받는다.

◆ 노르웨이 저항정신의 상징 크리스티안스텐 요새

니델바강을 따라 걷다가 마주하게 되는 옛 다리를 건너 언덕을 오르면 새하얗게 빛나고 있는 소박하고 멋스러운 언덕위의 건축물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예로부터 트론헤임을 지켜왔던 크리스티안스텐 요새다. 트론헤임의 역사적인 장소인 크리스티안스텐 요새는 스웨덴을 방어하기 위해1681년에 세워졌다.

트론헤임은 바닷가 강어귀에 건설된 지형 때문에 육지에서의 공격에 취약하여 도심 한복판 언덕 높은 곳에 방어요새를 건설한 것이다.1781년 스페인군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적 용도로 활용되었고,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에게 정복당하며, 노르웨이 반항세력들의 숙청장소로 사용된 아픈 과거가 있다.

노르웨이 저항정신의 상징 크리스티안스텐 요새는 오래된 대포, 높이 솟은 흰 탑, 성곽의 벽들은 여행자를 매혹적인 장소로 이끌고 있다.
노르웨이 저항정신의 상징 크리스티안스텐 요새는 오래된 대포, 높이 솟은 흰 탑, 성곽의 벽들은 여행자를 매혹적인 장소로 이끌고 있다.

요새의 언덕에 오르면 트론헤임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요새 지휘탑주변에 빙둘러가며 대포가 설치되어 있다. 4층으로 된 방어타워는 요새의 중심부에 우뚝 서있다. 방어타워는 지휘관이 거주하는 공간과 참모들이 근무하는 공간으로 이루어져있다. 사령관이 거주하는 공간은 현재 간단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요새 언덕에서 바라본 트론헤임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눈 아래에 펼쳐진 도심가와 함께 자리한 노르웨이의 매력인 피오르가 은빛처럼 빛난다. 트론헤임은 피오르를 끼고 있는 천연요새 같은 도시다. 그림 같이 오래된 대포, 높이 솟은 흰 탑, 그리고 돌 성곽 주위의 벽들은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을 매혹적인 장소로 이끌고 있다.

이곳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트로헤임의 전경과 아름다운 해넘이다. 저 멀리 노르웨이의 바다와 아침에 걸었던 트론헤임의 왕의 거리와 올라가서 감탄을 했던 니다로스 대성당의 뾰족한 종탑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하루 내 마주했던 트론헤임의 모습들을 석양과 함께 되뇌어 보는 것도 하루여행을 마무리하는 좋은 방법이다.

수도사의 섬이라는 뭉크홀맨은 중세시대부터 요새, 처형장, 감옥, 세관, 방공포 기지로 사용되었고, 오늘날에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수도사의 섬이라는 뭉크홀맨은 중세시대부터 요새, 처형장, 감옥, 세관, 방공포 기지로 사용되었고, 오늘날에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 바다에 떠있는 수도사의 섬 뭉크홀맨

다음날 트론헤임 피오르 중심부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노르웨이어로 '수도사의 섬'이라는 뜻의 작은 섬 뭉크홀맨(Munkholmen)을 찾았다. 섬의 길이는 약 480m이고, 폭은 200m다. 중세시대부터 수도원, 요새, 처형장, 감옥, 세관, 방공포 기지 등으로 사용되었고, 오늘날에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의 휴양지로 조성되어 있다.

이 섬은 수영과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여름시즌에 인기 있는 여행지다. 카페와 야외 좌석이 있는 작은 레스토랑도 있다. 트론헤임의 수산시장 광장 부두에는 뭉크홀맨으로 가는 셔틀보트가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한다. 트론헤임항구에서 성곽과 요새가 그림처럼 보인다. 섬까지의 보트여행은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뭉크홀맨 성곽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트론헤임 시가지.
뭉크홀맨 성곽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트론헤임 시가지.

섬은 매우작고 둥근 모양이지만, 뒤쪽의 얇은 모래땅이 이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너무 신비로워 보였다. 배에서 내려 섬 주변을 산책하며 회색하늘과 어우러진 은빛바다, 얇은 모래 땅, 녹색 한가운데에 낮게 서 있는 둥글고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인 요새를 산책한다.

잔디 언덕과 요새 탑이 있는 높은 석조성곽을 따라 중세시대 안마당을 돌아다니거나 둥근 탑의 어두운 내부로 들어가 보기도 한다. 이 탑은 19세기 후반까지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요새의 윗 층을 둘러보면 제2차 세계대전당시에 있었던 나치 독일군 점령의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섬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주변해안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면서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즐기는 것은 여행의 백미다. 북유럽 도시의 맛을 보고 싶은 여행자, 여유롭게 걷기를 좋아하는 도보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트론헤임의 무수히 많은 보석 같은 매력을 발견해 낼 때만큼 설레고 또 흥분되는 여행의 시간이 있을까. 귀환 길 기차에 올랐다.〈끝〉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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