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우리들 곁을 떠나간 서봉현 님을 그리워하며 몇 자 적어봅니다.
한동안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한파가 몰아닥쳤습니다. 님이 계신 그 곳은 따뜻한지요? 님이 떠나가시고 님의 따뜻한 마음이 사라져서 그런지 이번 겨울은 더욱 시리고 차갑게 느껴집니다.
님을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 봅니다. 1999년 처음 만났으니 벌써 우리들의 인연도 20년이 넘어갑니다. 처음 본 님의 모습은 참 조용하고 순한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일에 잘 따라주고 자신에게 맡겨진 일은 차분하게 잘 해내는, 참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봉사 활동과 함께 지역의 복지관이나 장애인 시설 등에 크고 작은 기부도 많이 해 우리들은 님이 남을 돕는 데 진심이라고 느껴 왔습니다.
우리들은 약한 몸을 이끌고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님의 모습을 보며 걱정과 감동을 함께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13년 전 쯤에 앓았던 위암이 다 나았다는 소식에 다들 안도했었는데 몇 년 전부터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모습을 우리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픈 모습이 아닌 밝은 모습으로 늘 "괜찮다"고 하면서 육체적으로 꽤나 고된 봉사활동을 이어나가는 모습만 봤기에 우리들은 걱정하면서도 괜찮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들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적십자 봉사원들의 행사 때에도 너무나도 야윈 님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님의 건강을 걱정했었지요. 이미 지난해 혈액암이 발견됐고 암세포가 뼈까지 전이됐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님은 오히려 "괜찮다"며 우리들을 오히려 안심시켰습니다.
그런데 해가 바뀌면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들을 남겨두고 홀연히 세상을 떠났지요. 그 소식을 듣고 짜안하게 울리던 가슴 한 켠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는 듯합니다. 모두들 님의 별세소식을 듣고 깜짝 놀랍니다. 너무나도 밝은 모습으로 우리들을 대해 왔기에 아프더라도 이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듯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봉사활동 장소에서 님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습니다. 곧 봄이 오면 서로 만나 맛있는 식사와 함께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팔공산 인근에 있는 봉사단원 집에 가서 나물을 캐고 고구마줄기나 고춧잎 같은 채소도 서로 나누고 할텐데 그 자리에 님이 안 계실거라는 사실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직도 님이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늦게 알아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많기에 님의 빈자리가 아주 크게 느껴집니다.
아픈 몸으로 많이 힘들었을텐데도 님이 꿋꿋이 봉사활동을 이어간 이유를 남은 우리들끼리 이야기해봅니다. 생전에 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지요.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서 차라리 나오는 게 낫다"고. 아마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람들로부터 기운을 받으면 병마가 주는 고통이 잊혀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님이 떠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지라 아직 님이 떠나간 사실이 꿈만 같습니다. 나름 불심(佛心)도 깊었고 살아 생전에 좋은 일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이승을 떠나 좋은 곳에 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록 우리 곁을 떠나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지만 떠나간 그 곳에 가서도 우리를 잊지 않고 지켜보고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님의 따뜻했던 마음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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