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공예와 현대공예의 만남…봉산문화회관, 손끝의 기록

2월 25일까지 1~3전시실
무형문화재, 현대 공예가 10명 참여

월지 고금화, 옛 이야기+꿈.

김해자, 겹누비 중치막.

봉산문화회관이 지역 전통공예와 현대공예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전시 '손끝의 기록'을 1~3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역 무형문화재 명장의 숙련된 기술과 현대 공예가의 창의적 실험을 함께 볼 수 있다. 전통공예에 ▷권정순(민화) ▷김종숙(매듭) ▷김해자(누비) ▷전연호(불화) ▷엄태조(소목) 작가가, 현대공예에 ▷고금화(섬유) ▷연봉상(도자) ▷이상직(금속) ▷전문환(도자) ▷차정보(목) 작가 등 모두 10명이 참여한다.

전통공예 작품들에서는 전승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부여잡고 삶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명장들의 혼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전연호 단청장은 수많은 사찰의 국가문화재 지정불화를 재현하며 기술을 후학에게 전승하고 불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오고 있다. 시종일관 엎드린 자세로 하심(下心)을 실천하며 수행하듯 작업에 임하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12지신도, 천수관음도, 하동칠불도 등 수작으로 불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권정순 작가는 척박했던 민화를 오늘날과 같이 꽃피울 수 있도록 발전시킨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다. 전통 민화의 고증을 통해 민화가 가진 포용성, 가변성, 진실성, 장식성 등을 찾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이외에도 전통 누비옷의 아름다운 색채와 디자인, 곡선과 직선의 정교함을 선보이는 김해자 누비장, 한국 전통 목공예 기법을 이어가는 엄태조 소목장, 전통매듭 명장 김주현 선생을 사사해 기술을 전승해가는 김종숙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유산 엄태조, 소나무 진열장 세트.

눌목 차정보, 장식장1-산.

다채로운 현대공예의 세계도 감상할 수 있다. 고금화 작가는 모시, 삼베, 색동천, 광목, 조각보, 비단 등 전통 섬유 재료를 현대적 미술로 변환한 작업을 보여준다. 독일, 프랑스 등에서 선보이며 우리나라 전통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알린 현대 섬유 작품들이다.

전문환 작가의 작품은 도자공예의 한계를 넘어서는 표현 방법을 제시한다. 캔버스에 페인팅하듯, 도자기를 가마에 넣고 구울 때 밑에 까는 내화판에 유약과 안료를 발랐다. 주인공을 빛내주는 엑스트라였던 내화판이 주연이 되는 극적인 연출 속에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작가의 삶과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나무의 자연스러운 조형미를 살린 차정보 작가, 행성으로 상징되는 도자기 수십개를 공중에 매단 연봉상 작가, 금속공예의 저변확대에 힘써오고 있는 이상직 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장에는 전통공예와 현대공예 작품이 한데 어우러졌다. 작품을 찬찬히 둘러보며 온고지신(溫故知新)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통을 이해하고 다양한 장르를 넘어 현대공예의 확장성을 키우는 것"이라며 "재료와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2월 25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053-661-3500.

하당 권정순, 책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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