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옛날 이야기 해주세요."
어렸을 때 누구나 했던 말이다. 무더운 여름, 선풍기 바람 솔솔 부는 시원한 대청마루에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우면 그렇게 옛날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새벽에 자전거로 출근하면 늑대가 따라왔다는 이야기, 산중턱에 놀다 무덤 앞에 앉은 귀신을 봤다던 이야기…때론 오싹하기도, 웃기기도 했던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들은 손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책도 시골 소년의 기묘한 에세이다. 영화감독이자 영화연구가인 강민구 작가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겪었던 기이한 경험을 담았다. 비 오는 날의 환영(幻影), 동굴탐사, 멧돼지 사냥, 도깨비불, 미신, 죽음 등 세 개의 장에 걸쳐 50개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할머니 이야기처럼 왠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진다. 자연이 가진 신비한 힘, 도시와는 다른 방식의 삶, 상상인 듯 현실인 듯 펼쳐지는 진기한 장면은 우리들의 잠든 기억을 깨우는 마력이 있다. 마치 방학 일기를 쓰는 듯 그려내는 서사를 읽다보면 어느새 그 시절로 소환된 어린 날의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196쪽,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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