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응급실 뺑뺑이 돌다 숨진 10대 환자, 진료 대기만 40분

경북대병원 "경증으로 전달받아…각종 수치도 안정적"
응급 체계 전반 개선 목소리 커져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경북대병원 전경. 매일신문 DB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경북대병원 전경. 매일신문 DB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학생이 대구 도심 한 가운데서 병실을 찾아 2시간 동안 떠돌다 사망하는 사건(매일신문 3월 28일 단독 보도)이 벌어지면서 응급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9일 오후 2시 15분쯤 북구 대현동 골목에서 발견된 A(17) 양이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한 건 오후 2시 51분쯤이었다.

사고 직후 처음으로 방문한 동구 한 종합병원에서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가라는 권유를 받고 17분 만에 도착한 두 번째 병원이었다.

소방과 병원 관계자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당시에는 '활력 징후'(Vital Signs)도 비교적 안정됐고 의식도 있었다.

그러나 구급대가 A양을 오후 3시 39분쯤 경북대병원에서 2km 떨어진 종합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이미 동공이 흐리고 뇌부종이 심한 상태로 의식도 없었다.

다만 A양이 경북대병원에서 다른 종합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증상이 급격히 악화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외상환자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위급한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사망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A양 사고 당시에는 병실이 모두 가득 차 진료를 볼 수 없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당시 병상 1개가 비어 있었지만 10m 높이에서 떨어진 환자가 헬기로 수혈을 받으면서 병원으로 이송 중이었다"고 했다.

이송 과정에서 A양이 '경증'으로 분류된 것도 결과적으로 오판이 됐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당시 환자 상태가 경증이라고 전달받았고 우리 병원에 왔을 때도 의식은 물론 각종 수치도 안정됐다"며 "만약에 중증이라고 전달받았다면 권역외상센터가 아무리 혼잡하더라도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A양을 외면한 건 마찬가지다. 병원을 수소문한 구급대가 달서구에 있는 또 다른 2차 종합병원으로 향했지만 환자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에도 전화했지만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번 사망 사고를 계기로 응급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찾아 도심을 떠도는 환자들이 매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구급차가 병원의 거부 등으로 환자를 재이송한 사례는 6천840건으로 2번 이상 거부된 환자 비율은 2020년 12.0%, 2021년 13.3%, 지난해 15.5%로 늘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