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학 산책] 어르신들은 왜 우유를 드시면 설사를 하실까?

대구 김호각속내과의원 김호각 원장
대구 김호각속내과의원 김호각 원장

진료실에서 우유나 유제품을 드시면 아랫배가 불편하고 설사를 하신다는 어르신을 자주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원인은 의학적으로 젖당불내증 혹은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이라는 임상 증상으로 설명이 된다. 우리가 섭취하는 우유나 유제품의 중량의 2~8%는 젖당(유당, 乳糖, 영어로는 lactose)이며 이는 젖당분해효소(락테아제)에 의해 분해되어 소장에서 흡수가 된다. 이 과정에서 젖당분해효소가 모자라면 소장에서 흡수가 안된 젖당이 대장까지 내려가서 대장의 세균에 의하여 발효과정을 거쳐서 가스와 물과 젖산이 생긴다. 이 때문에 배에 가스가 차고 아프며 설사를 하게 된다. 이 세균은 상재균이라고 불리며 우리 몸과 서로 돕는 관계에 있는 좋은 균이다.

이러한 젖당불내증 혹은 젖당분해효소 결핍증의 원인은 대부분 유전적으로 락테아제 효소 결핍증에 기인하며, 한국인들에게는 소아에서는 이 효소가 충분하다가 차츰 나이를 들면서 고갈되어 모자라게 된다. 그러나 절대적인 결핍이 아니어서 우유 한 잔은 괜찮으나 두 잔은 설사를 일으키는 등 사람에 따라 증상의 차이가 있다. 시중의 맛있는 빵도 반죽할 때에 들어가는 버터 등의 유제품이 들어가며 치즈, 아이스크림 등도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년층은 90% 이상이 이 효소가 모자라며 서양인이나 동남아시아 인종에 비하여 결핍증의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런 젖당불내증의 예방이나 치료는 우유나 유제품을 피하는 게 가장 확실하지만, 심하지 않으면 설사나 복부 증상이 생기지 않을 만큼 섭취하거나 조금씩 자주 먹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서양인들은 유제품을 먹지 않으면 칼슘이나 기본 칼로리 섭취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행히 다른 식품으로 대체가 가능하여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젖당불내증이 있는 어르신은 요구르트는 드셔도 괜찮을까?

우유 속의 젖당을 발효시켜서 만드는 요구르트에는 우리 몸에 좋은 균인 프로바이오틱스를 포함하고 있다. 그 대표균이 락토바실루스 불가리스, 스트렙토코커스 테르모필루스, 그리고 비퓌도박테리움 인판티스이다. 이들을 통칭하여 유산균으로 부른다. 다시 말하면 요구르트 발효과정에 이런 균이 이용되고 또 생성된다. 이런 균들은 우리 몸의 대장에서 젖당을 젖산으로 바꾸는 좋은 균의 일종이다. 요구르트 내의 발효된 젖당은 소장에서 쉽게 흡수가 되어서 젖당불내증을 가진 사람에게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되며, 연구에 의하면 지속적으로 요구르트를 섭취하면 락토바실루스 균은 젖당의 분해 흡수를 향상시켜서 젖당불내증에 의한 증상을 호전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각자의 경험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유제품 섭취 후에 복통 설사가 있는 분들이 요구르트 섭취 후에는 별 증상이 없는 분들은 요구르트 제품으로 유제품을 대신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우유나 유제품이 필수 식품이 되어서 젖당불내증에 의한 증상으로 병의원을 찾는 분들을 자주 볼 수 있어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대구 김호각속내과의원 김호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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