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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다른 듯 같은 동서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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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숲/ 2019)

고대 그리스의 유명 서사시, '오뒷세이아'를 읽다가 왠지 익숙한 스토리에 다른 어떤 작품이 떠올랐다. 바로 판소리로도 유명한 우리 고전 '춘향전'이다. '오뒷세이아'와 '춘향전'은 서양과 동양, 청동기 시대와 조선 시대라는 시공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소재나 주제 면에서 유사한 면이 많다. 남녀의 사랑과 구혼, 주인공의 고난 극복, 힘겨운 귀향, 여인의 수절, 복수와 응징, 거지 행색의 잠행, 비극에 앞선 축제 등의 요소에서 공통점을 보여준다. 청중들 앞에서 말로 들려주던 구비 문학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같다.

'오뒷세이아'는 오뒷세우스의 영웅적 면모를 강조하고, '춘향전'은 춘향의 애달픈 수절을 강조한다. 둘 다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뒷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오뒷세우스가 집을 떠나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재혼을 강요하는 구혼자들에게 시달린다. 그러한 어려움을 헤쳐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춘향의 처지와 비슷해 보인다.

오뒷세우스나 이 도령 둘 다 귀환하면서 복수를 실행하고 일상을 회복한다. 주인공이 집으로 귀환하며 거지 행색으로 변장하여 본 모습을 감춘다는 것도 같은 설정이다. 다만 이 도령이 귀환하는 목적은 춘향과 한 사랑의 약속 때문이지만, 오뒷세우스가 귀환하려는 목적으로는 페넬로페와의 사랑보다는 책임감, 명예 회복이 강조된다.

'오뒷세이아'는 오뒷세우스의 힘든 모험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끊임없이 닥쳐오는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희망을 잃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춘향전'에서도 일시적인 유혹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인간적 도리와 품위를 지키며 끝내 희망을 간직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제우스께서는 내가 그렇게 고향에 돌아가서 이제 귀향의 날을 볼 수 있게 해주시면 좋으련만!"(8권 465, 466행)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요소를 살펴볼 때 '오뒷세이아'가 '춘향전'의 생성에 직접적이진 않지만 간접적인 경로로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문학작품이 이렇게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반복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주려 한 것은 무엇일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인간으로서 극복하지 못할 고난 가운데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말라는 용기를 주려는 것이었을까?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적인 위엄을 잃지 말고 지혜롭게 견뎌내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었을까? 작품을 읽는 독자의 상황에 따라 좀 더 강하게 와닿는 부분이 있을 것이지만 인간의 본질과 정신적 성장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배태만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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