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호종료' 만 18세→24세 연장 1년…자립준비청년 '자립' 도울 수 있을까

대구시내 자립 대상 청년 960명…127명이 보호 연장 선택
“아이 키우는 것과 성인 데리고 사는 것 달라…후속조치 절실"

대구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대상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립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아동복지센터 제공
대구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대상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립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아동복지센터 제공

아동 복지 시설 등에서 지내다 만 18세가 되면 자립해야 했던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의 퇴소 나이가 만 24세로 늘어난 지도 1년이 지났다. 자립을 앞뒀던 이들은 홀로서기까지의 시간을 더 벌 수 있게 됐지만, 현장에선 "보호기간만 늘리고 후속조치가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28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달 기준 대구시내 복지 시설 등에서 지내는 아동은 모두 960명 안팎이다. 이 중 127명(약 13%)이 보호 연장을 선택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아동 본인이 원하면 만 24세까지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아동복지협회 관계자는 "기존에도 대학 진학, 구직 활동 등의 이유가 있다면 보호기간을 늘릴 수 있었다"며 "제도가 바뀐 만큼 연장을 선택하는 아동의 수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 18세가 된 시설보호아동이 보호기간 연장을 선택하는 이유는 ▷금전적 어려움 ▷독립생활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있다.

시설보호아동 오지수(가명‧18) 양은 내년에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보호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오 양은 "시설에서 단체생활을 하면서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지만, 당장 나가서 살면 돈이 많이 들어 어려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공부하는 동안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각종 지원제도나 정보를 습득하면서 홀로서기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선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만 바꾸고 이를 뒷받침해 줄 현실적인 조치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와도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시설에만 책임을 다 미뤄놓았다는 설명이다.

대구의 한 아동보호시설 관계자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 성인을 데리고 사는 건 다르다"며 "성인이 되면 시설 규칙을 안 따를 가능성이 크고, 결국 직원들과 마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보호기간 연장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립준비청년 모임인 바람개비서포터즈의 정모(25) 씨는 "단순히 보호기간을 늘린다고 자립 준비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뚜렷한 목표 없이 시설에 머무르는 시간만 길어지면 의존적인 성향만 강해질 수 있다. 결국엔 자립을 늦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아동복지협회는 보호기간 연장으로 발생한 문제 사례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대구시에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대구자립지원전담기관을 운영하는 대구YWCA 관계자는 "보호연장아동을 대상으로 한 자립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경제 강의, 요리 교육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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