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영웅과 희생양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영웅 중 한 사람은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승객을 구하고 숨진 747번 급행버스 기사이고, 희생양 중 한 사람은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웃음 띤 표정이 언론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공분을 산 충북도청 공무원이다.
큰 재난이나 착취, 전쟁 등 위기에 처하면 사람들은 흔히 영웅과 희생양을 찾는다. 홍길동과 로빈후드가 등장한 시대, '마녀사냥'이 횡행했던 유럽, 일본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괴담이 그런 예다.
영웅이나 마녀(희생양)를 찾는 시대나 사회는 불행하다. 영웅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 사회의 시스템과 총화(總和)가 재난이나 착취, 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제물(祭物: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할 바는 영웅도 희생양도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다.
영웅을 찬(讚)하고, 희생양을 찾아내 분노와 저주를 퍼붓는다고 사회가 진보하거나 안전해지거나 평화로워지지는 않는다. 다음 위기를 만날 때까지 영웅과 희생양을 소비하며 흘러갈 뿐이다.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주원인은 미호강 하천둑 유실이라고 한다. 미호강은 오랜 시간 퇴적물이 쌓이면서 강바닥이 높아졌다. 충북도가 미호강 지류 15곳에 퇴적토를 제거하는 준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환경단체가 "하천 정비 사업은 대규모 토목공사로 이어져 환경을 해친다"며 반발해 사업이 멈췄다고 한다.
강은 강대로 흐르고, 사람은 사람대로 떨어져 살 생각이 아니라면 정기적인 정비 사업은 꼭 필요하다. 정작 할 일은 하지 않고, 재난이 닥치면 영웅과 희생양을 찾느라 바쁜 사회를 문명사회라고 할 수는 없다. 물난리든 전쟁이든 전염병이든 영웅의 활약에 기대는 사회, 희생양을 찾아다닐 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회는 반드시,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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