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막내아들 근영이가 편지로 인사 올립니다. 자주 어머니와 아버지가 같이 묻혀계시는 묘소에 들러 주변도 살펴보고 그리움에 눈물을 훔치며 인사도 드리는데 이렇게 글로 그 그리움을 대신해 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해외에 돈 벌러 나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저를 비롯한 4남매를 키우시고 거기에 생계를 위해 농삿일을 하시며 부지런히 살아오셨었지요. 과일 농사에다가 양봉까지 아버지가 벌려놓은 농삿일을 돕고 아버지가 해외로 돈 벌러 가셨을 때에는 혼자 이 많은 일을 다 해내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모두가 저희 4남매를 교육시키기 위한 희생이었음을 늘 기억하고 살아갑니다.
철 없던 어린 시절, 손위의 누나 2명을 따라 대구로 공부하러 갔을 때 어머니가 무척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만 되면 가방은 던져두고 집으로 갔죠. 군위군 소보면에 있던 우리집은 대구 북부정류장에서 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고 가야했던 곳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저 멀리 어머니가 보이면 달려가서 안겼었던 기억,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 때 제 나이 10살 때였으니 얼마나 어릴 때였습니까. 세월이 흘러 제가 결혼하고 제 아이가 10살이 됐을 때 유심히 제 아이를 살펴봤습니다. 너무나도 어린 아이가 그 자리에 있는데, 그 나이 때 저는 어머니 곁을 떠나 공부하러 갔었던 겁니다. 제 아이가 그 나이에 저를 떠나 멀리 떨어져 산다고 생각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어머니의 심정은 오죽했을까요. 그때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홀로 보내신 세월이 30년 이상이시지요. 당시 청상과부가 돼 버린 어머니는 훨씬 더 열심히 인생을 살아나가셨습니다. 때로는 자신을 두고 너무 빨리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스런 마음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곤 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인 세월을 묵묵히 버티고 견뎌내 오셨습니다.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여쭤본 적이 있었지요. 그 때 어머니는 막내인 제가 눈에 밟혀서 재혼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어머니에게 참 소중한 존재였음을 그 때 확인했습니다.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를 아버지와 함께 모셔 산소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일 때문에 강원도에 자주 머뭅니다. 주말에 대구에 내려올 때면 두 분이 함께 계시는 곳에 잠깐 들렀다 갑니다. 두 분이 나란히 계신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어머니도 생전에 겪은 외로움이 조금은 풀리고 있으실까요?
한 자 한 자 쓰면서 어머니의 삶을 찬찬히 기억해보고 되돌아봤습니다. 사실, 누가 봐도 녹록치는 않았지만 어찌보면 '가장 보통의 삶'을 살아오신 분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 보통의 삶을 하루하루 챙겨서 살아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닫습니다. 늘 제게 "너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신 덕에 어머니에게 자랑할 만한 정도로 번듯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더 이상 이를 보여드리지 못하니 그게 제일 안타깝습니다.
어머니, 비록 어머니의 육신은 제 곁을 떠났지만 어머니의 영혼과 생전의 모습은 제 마음속에 살아있습니다. 마음 속에 어머니를 항상 품고 생각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다시 일하러 갔다가 대구로 내려오는 길에 뵈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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