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개인이나 국가나 선택을 잘 해야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최인훈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 공산주의자의 아들인 명준은 해방과 6·25 와중에서 고초를 겪다 전쟁 포로가 됐다. 북과 남, 양측의 사람들은 서로 제 나라를 택하라고 권유했지만 명준은 남한도 북한도 택하지 않았다. 제3국을 선택한 명준은 중립국으로 가는 인도 선박에 올랐으나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세월을 건너뛰어 이 시점에 명준이 남과 북을 선택한다면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자유도 경제적 풍요도 없는 북한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TV 광고 문구가 있었다. 해방과 6·25의 소용돌이에서 남과 북,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개인도 선택을 잘 해야 함은 물론 국가도 선택을 잘 해야 한다. 1948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북한은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했다. 75년이 지난 지금 남과 북은 하늘과 땅 차이로 위상이 달라졌다. 대한민국은 2차 대전 후 독립한 세계 140여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폭압적 정치 체제가 엄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선택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공(功)을 언급 안 할 수 없다. 당시 유행하던 공산주의 풍조를 거부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웠다. 안보를 위해 한·미 동맹을 체결했다. 대한민국 번영의 주춧돌을 놓았다.

우리나라는 미국·일본 진영을 선택한 덕분에 산업화·민주화에 성공했다.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눈부신 경제 성과를 거둔 것은 미국·일본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에 들어간 덕분이었다. 경제적 풍요가 바탕이 돼 민주국가로 올라섰다. 미국·일본 편에 서는 선택을 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 한·미·일 진영에서 뛰쳐나가려는 시도들이 벌어졌다. '한반도 평화'라는 듣기 좋은 말을 앞세워 북한에 굽신거리고 중국에 들러붙는 행위들이 줄을 이었다. 비핵화를 할 마음이 하나도 없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매달렸고 사드 추가 배치, 미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 3불(不) 정책을 약속하며 중국에 '굴욕 외교'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반면 미국과의 동맹을 허물어뜨렸고, '죽창가'를 부르며 반일에 올인했다. 대한민국이 북한·중국·러시아 진영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국민이 나라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이 이달 10일 세계 78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 여행을 허가할 때 한국도 포함시켰다. 여러 분석이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우리나라가 확실하게 미국·일본 진영에 선 것이 중국의 전향적 결정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이 미국·일본과의 동맹·협력이란 원칙을 다시 고수하자 중국의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중국은 어떤 협박에도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 나라는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말이 다시 증명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3국 정상회의가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다. 북·중·러 3국의 연대가 심상찮은 상황에서 한·미·일은 외교·안보·경제·기술 분야에서 3국 협력 체제를 출범시켰다. 대한민국의 번영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국제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매우 잘한 국가의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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