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으로 휴가를 다녀온 A 씨는 야경 명소로 유명한 '부산엑스더스카이' 전망대에서 디지털 망원경을 체험한 뒤 깜짝 놀랐다. 장난삼아 가족과 묵게 될 숙소 방향으로 줌을 당겼다가 숙소 내부까지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숙소에서도 누군가가 디지털 망원경으로 우리 가족을 관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라며 "망원경 설치 때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고려했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부산 해운대 엘씨티 랜드마크 타워에 설치된 '부산엑스더스카이'의 디지털 망원경이 시민 거주지역은 물론 여행 숙소까지 몰래 들여다 볼 수 있어 불법 촬영과 사생활 노출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를 설치 및 운영하는 풀무원푸드앤컬쳐는 해당 위험성에 대해서 민원이 제기되고 나서야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조치에 나섰다.
12일 부산엑스더스카이 전망대를 방문한 결과 총 2대의 디지털 망원경이 있었다. 이 가운데 주거지 방향을 향한 망원경을 사용해봤다. 한 빌라의 창문이 그대로 보였다. 조금 줌을 할 경우 내부의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다.
특히 디지털 망원경은 일반 망원경과 달리 크기가 큰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어 옆에 있는 누구든지 해당 화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거지 등으로 최대한 줌을 한 이후 스크린에 나온 모습을 핸드폰으로 그대로 촬영하는 것 역시 문제 없을 정도였다. 말 그대로 '사생활노출'이 되는 셈이다.
정작 거주지 쪽의 당사자는 약 1km 떨어진 부산엑스더스카이에서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다. 해당 인근 주민 B씨는 "엘시티가 워낙 높아서 여기까지 볼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한거 아닌가"라며 "디지털 망원경이라는 것도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망원경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풀무원푸드앤컬쳐는 이 같은 사생활 노출 위험 사실에 대해서 본지가 문의를 하기 전까지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11일 풀무원푸드앤컬쳐 측에 디지털 망원경의 문제점에 대해서 말하고서야 망원경 2대 가운데 1대에 대해서 '점검' 표시를 해뒀다. 점검 중인 망원경은 주거지역 반대편으로 1.5km 이상 떨어진 호텔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풀무원푸드앤컬쳐 관계자는 "(디지털 망원경)설치 업체 측과 방향 조정 또는 철거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관광객을 위한 망원경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였고 빠른 시일 내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부산 지역 곳곳에 이처럼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디지털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에는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이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인해 철거된 바 있다.
이외에도 서구 송도구름산책로와 영주하늘눈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 역시 인근 아파트 내부가 들여다보여 거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지난해 9월, 김병근 부산서구의회 의원은 주민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전망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출, 10월 17일 제정됐다.
김 의원은 "디지털 망원경은 아날로그 망원경 이상으로 사생활 보호가 필요하다"라며 "부산엑스터스카이 뿐만아니라 향후 관광을 목적으로 설치된 망원경이 주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의회나 구청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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