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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용수비대 창설 30년 만에1983년 정부 차원 첫 기념식 산 증인 홍순벽 씨

독도의용수비대 창설 30년 만에 열린 첫 기념식에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대통령 국정자문위원 일행 사진을 보이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홍순벽(87)씨.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독도의용수비대 창설 30년 만에 열린 첫 기념식에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대통령 국정자문위원 일행 사진을 보이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홍순벽(87)씨.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독도의용수비대(이하 수비대) 창설 30년 만인 1983년 7월 25일 울릉도에서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기념식이 열린 사실이 확인됐다.

경북 봉화에 거주하는 홍순벽(87·임진란정신문화선양회 부회장) 씨는 수비대 창설 30주년 기념식에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대통령 국정자문위원 일행을 기록한 사진을 최근 공개했다. 수비대는 일본의 독도 불법 침범에 맞서 1953년 4월 30일 창설해 1956년 12월까지 독도를 지킨 순수 민간 조직이다.

홍 씨는 "당초 기념식은 광복절을 기해 1981년 8월 13일 예정됐으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본 측의 압력에 2년 가까이 지나 국정자문위원 추최로 이날 열리게 된 것"이라며 "전두환 대통령도 참석해 대대적으로 열 계획이었지만 할 수 없이 문인 행사로 위장해 열었다" 고 했다.

1983년 7월 25일 독도수비대 창설 3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묵호항을 출발하기에 앞서 망상해변에서 기념촬영한 국정자문위원들. 사진= 홍순벽 씨(맨 오른쪽) 제공
1983년 7월 25일 독도수비대 창설 3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묵호항을 출발하기에 앞서 망상해변에서 기념촬영한 국정자문위원들. 사진= 홍순벽 씨(맨 오른쪽) 제공

기념식엔 청와대 비서실 지원 아래 정부를 대표해 국정자문위원들이 대신 참석했다. 참석한 국정자문위원은 홍종인, 홍승만, 신학진, 윤치영, 유달영, 정비석, 홍순벽 등 모두 9명. 홍 씨는 당시 46세 젊은 나이로 옵저버 자격으로 동행했다.

이들은 강원도 동해에서 1박 후 7월 25일 묵호항을 출발해 울릉도에 도착했다. 기념식은 독도에서 열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이날 오후 3시 울릉읍 도동 울릉공회당에서 열렸다. 기념식에는 독도의용수비대원, 울릉군민과 함께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도 참석했으며 홍종인 국정자문위원이 축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순칠 수비대장 미망인 박영희(92) 여사는 "기념식에 나도 홍 대장과 함께 참석했다"며 "홍 대장은 육필로 기념사를 써서 30년 전 맨몸으로 독도를 지킨 그날을 회고했다"고 말했다.

1983년 7월 25일 울릉도에서 열린 독도수비대 창설 30주년 기념식 참석 후 기념촬영한 국정자문위원들. 사진= 홍순벽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 제공
1983년 7월 25일 울릉도에서 열린 독도수비대 창설 30주년 기념식 참석 후 기념촬영한 국정자문위원들. 사진= 홍순벽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 제공

기념식 후 국정자문위원들이 육지로 나갈 때 기상 악화로 배가 뜰 수 없게 되자 청와대에서 급히 주선한 제1함대 군함을 타고 돌아갔다. 홍 씨가 공개한 사진은 모두 9장. 동해 묵호항, 울릉도, 군함 등지에서 국정자문위원 일행을 기록한 것으로 지인이 갖고 있던 것을 몇 년 전 입수해 자택에 보관 중이다. 사진 속 위원들은 모두 작고해 홍순백 씨만 유일한 하게 생존해 있다. 홍 씨는 "당시 민감한 한일 관계로 수비대 얘기는 입 밖에도 못 꺼낸 시절"이라며 "이 사진들은 정부 차원에서 첫 기념식을 열고 그 존재를 인정한 증거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념식을 마치 육지로 돌아가는 해군 제1함대 군함에 오른 국정자문위원들. 사진=홍순벽 씨 제공
기념식을 마치 육지로 돌아가는 해군 제1함대 군함에 오른 국정자문위원들. 사진=홍순벽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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