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가 인간을 잘 따르는 이유

2만년 넘도록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

경북도 동물사랑사진공모전 대상작
경북도 동물사랑사진공모전 대상작 "우리 집 막내 예은"

지구 상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인간을 가장 잘 따르는 동물은? 인간 진화의 모태로 알려진 원숭이?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닮았으며 지능도 가장 높다. 하지만 그들만의 생태 습성이 갖추어져야 하며 폭력적인 성향도 적지않다.

인간의 언어를 따라하는 앵무새? 앵무새는 지능이 높으며 의외로 수명도 길다. 인간과 평생을 함께 살기도 하지만 조류 특유의 생태습성이 인간 생활에 적합하지는 않다.

반려동물의 핫 트랜드 고양이? 고양이는 조용하다. 아파트, 원룸 등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가장 잘 적응한다. 하지만 여전히 육식동물 특유의 야생성이 남아있다. 현대인과의 공존에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고양이 돌보는 사람들이 자신을 집사라 자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을 가장 잘 따른다 '라는 전제의 본의는 신뢰에 있다. 부모를 의존하는 아이, 연인을 향한 사랑, 성인에 대한 믿음이 이와 유사하다. 인간을 가장 잘 따르는, 인간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동물은 바로 개다. 개가 이토록 인간을 신뢰하고, 인간을 따르는 습성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과학적 근거들을 통해 살펴보자

◆현생 인류의 기원과 멸종 위기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기원은 약 35만년 전 아프리카로 추정한다. 2010년 완성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유전자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30억개에 달하는 핵 DNA 염기서열을 현대인의 DNA와 인류 화석의 DNA를 비교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이다.

10만년 전에는 고대인들이 지구를 점령하다시피 그 수가 증가하였으며, 예술과 추모 의식을 한 흔적들도 발견된다. 우리나라도 구석기 유적이 많은 지역으로 분류되며, 단양금굴(70만년전) , 덕천 승리산유골(10만년전), 대구 월성동 구석기유적(2만년전) 등 전국에 걸쳐 구석기 유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10만년 주기의 빙하기가 끝나는 약 1만년 전 지구에는 현생인류가 1만명 이하 만 생존했을 정도로 극한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었다고 한다. 극한의 환경을 통해 채집과 수렵의 구석기 시대가 저물고 농경과 목축을 시작하는 신석기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한다.

1994년, 프랑스 남부 지방의 쇼베 동굴(Chauvet Cave)에는 인간과 늑대와의 공존을 암시하는 발자국 흔적이 발견되었다. 10세령 이하로 추정되는 고대 어린이가 동굴 속 진흙 바닥을 걸은 발자국 흔적과 나란히 늑대의 발자국이 45m에 걸쳐 남겨져 있다. 2만 6천 년 전의 흔적으로 늑대와 인간이 공존했다는 가장 오래된 증거로 알려져 있다.
1994년, 프랑스 남부 지방의 쇼베 동굴(Chauvet Cave)에는 인간과 늑대와의 공존을 암시하는 발자국 흔적이 발견되었다. 10세령 이하로 추정되는 고대 어린이가 동굴 속 진흙 바닥을 걸은 발자국 흔적과 나란히 늑대의 발자국이 45m에 걸쳐 남겨져 있다. 2만 6천 년 전의 흔적으로 늑대와 인간이 공존했다는 가장 오래된 증거로 알려져 있다.

◆인간과 늑대의 공존 흔적

고고학적 연구를 통해 고대의 회색늑대로부터 개로 변화하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3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의 동토에서 발견된 개의 두개골 화석을 비롯하여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늑대와 개의 두개골 화석들의 형태학적 변화들을 그 증거로 삼는다

1994년 발견된 프랑스 남부 지방의 쇼베 동굴(Chauvet Cave)에는 인간과 늑대와의 공존을 암시하는 발자국 흔적이 발견되었다. 10세령 이하로 추정되는 고대 어린이가 동굴 속 진흙 바닥을 걸은 흔적 바로 옆에 나란히 걷는 늑대의 발자국이 남겨져 있다. 공격을 의심하거나 쫒긴 흔적 없이 45m에 걸쳐 나란히 발자국들이 관찰된다.

주변에 횃불을 사용한 목탄 흔적도 발견된 것으로 보아 아이가 횃불을 들고 동굴을 탐방하는 동안 늑대가 동반하였을 것으로 추론한다. 2만 6천 년 전의 흔적으로 늑대와 인간이 공존했다는 가장 오래된 증거로 알려져 있다.

◆빙하기, 천적에서 공존으로

약 2~3만년 전 인류와 회색늑대는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혹독한 시련을 맞이한다. 당시 인류와 늑대는 유사한 사냥감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였으며, 회색 늑대가 덩치가 월등히 크고 호전적이었기 때문에 인류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빙하기는 회색 늑대 무리에게는 가혹했다. 무리 중 약한 개체와 새끼들은 살기위해 무리를 벗어나 음식을 구걸해야 했다. 이들 중 일부가 인간이 먹다 버린 음식물로 생존을 이어갈 수 있었으며, 인간들은 자신들을 해치지 않는 한 늑대가 주거지 주변을 지켜주는 상황이 나쁘지 만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구석기 인류와 늑대와의 공존이 시작된 배경으로 추정한다.

빙하기는 회색 늑대 무리에게는 가혹했다. 무리 중 약한 개체와 새끼들은 살기위해 무리를 벗어나 음식을 구걸해야 했다.
빙하기는 회색 늑대 무리에게는 가혹했다. 무리 중 약한 개체와 새끼들은 살기위해 무리를 벗어나 음식을 구걸해야 했다.

인간들은 자신들을 해치지 않는 한 늑대가 주거지 주변을 지켜주는 상황이 나쁘지 만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구석기 인류와 늑대와의 공존이 시작된 배경으로 추정한다.
인간들은 자신들을 해치지 않는 한 늑대가 주거지 주변을 지켜주는 상황이 나쁘지 만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구석기 인류와 늑대와의 공존이 시작된 배경으로 추정한다.

◆인간과 함께 진화한 개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현생 인류의 두개골은 고대 인류의 두개골에 비해 눈두덩이가 낮아지고, 치아와 악관절이 작아지며 골격이 여성화 되었다고 한다. 고대 개의 두개골 화석을 늑대의 두개골 화석과 비교해보면 인류와 유사한 변화들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개와 인간의 두개골 진화 패턴이 그 시기가 흡사하다고 한다.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2만여년 전 구석기 인류들이 생존을 위해 농사와 목축을 시작한다. 인간의 두개골이 본격적으로 여성화되는 시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 늑대들 중 인류에게 덜 호전적인 성향의 개체들이 인간 주변에 정착하기 시작한다. 인간들은 그 들 중에서도 더 유순하고 체구가 덜 위협적인 작은 늑대에게 음식물을 나눠줬을 가능성이 크다.

늑대들의 체형이 점차 작아지게된 이유로 추정한다. 이러한 상황들이 수천년에 걸쳐 반복되다 보니 결국 인간의 필요에 부합하는 더 작아지고 순치된 성향의 늑대들이 생존할 수 있었다. 개의 기원설이다.

인간과 늑대 두개골 진화모습
인간과 늑대 두개골 진화모습

◆인간과 소통하려는 개의 진화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수천 년에 걸쳐 개의 눈썹 근육이 극적으로 발달하였다고 한다. ​ 그 덕분에 개의 눈은 늑대의 눈에 비해 크고 둥글고 순해 보인다. 흰자위를 더 많이 노출되었고 눈두덩을 들어 올려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할 수 도 있게 되었다.

인간의 선택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본능이 유전자 속에 깊이 각인된 셈이다. 하루 종일 인간의 감정을 읽으려 눈빛과 표정을 살핀다. 이러한 본능이 수천년 이어지며 이제는 스스로가 인간처럼 자신의 눈두덩이를 들썩이며 눈을 통한 감정 표현을 따라하기 시작하였다. 인간과 교감하려는 갈망이 빚어낸 진화의 증거라 할 수 있다.

개와 늑대의 두개골
개와 늑대의 두개골

◆인간을 사랑하는 개

헬싱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과 개 사이에 생리학적 감정의 교감 즉, '사랑'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 사랑하는 연인이나 아기의 눈을 바라보면 혈중 옥시토신 수치가 상승한다. 이 호르몬은 모성애와 사랑을 유발되는 대표적인 행복 호르몬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주인이 사랑하는 개의 눈을 들여다 보면 혈중 옥시토신 수치가 상승하며 이는 당연히 예측되는 바다. 그런데 이 순간 개가 주인의 미소를 대할 때도 개의 혈중 옥시토신 수치가 상승한다고 한다. ​ 인간이 개를 보살펴 주며 느끼는 행복이라는 보람찬 감정을 개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이 개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을 무한 신뢰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언제나 변함없이 반겨준다.
인간이 개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을 무한 신뢰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언제나 변함없이 반겨준다.

◆개를 자식처럼 대하는 이유

인간이 개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을 무한 신뢰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언제나 변함없이 반겨준다. 심지어 개는 자신을 학대하는 주인마저도 반겨줄 정도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현대인들에게 너무나 큰 위안으로 작용한다. 개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지는 분들도 있다. 개를 자식이나 연인 이상의 소중한 존재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개를 귀하게 대하려는 이유는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개를 자식처럼 표현하고 개를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는 이유 역시 이를 통해 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개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의 대부분이 주인의 정서적 대리 만족을 위한 소비라 봐도 무방하다.

◆인간을 닮아가는 개

개를 의인화시키고 자식처럼 대우하는 과정을 통해 또 하나의 놀라운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주인과 개가 닮아가고, 주인을 흉내내는 개, 사람 만큼이나 똑똑한 개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또한 이유가 있다. 개는 2만여년 이상의 진화 과정에서 어떻게든 주인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변모 하려는 진화론적 배경이 깔려있다.

표정과 행동을 따라하며, 주인이 관심가질 수 있도록 그 상황에 합당한 행동을 하려 노력한다. 천재견이 등장하고, 사람처럼 익살그러운 표정의 개가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류의 영원한 동반자

약 1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에 치닫던 시기, 지구 상에 인류는 채 1만 명 이하가 생존했을 만큼 극한의 상황이었다. 말기 구석기 인류들이 힘들게 생존하여 농경과 목축이 이루어지는 신석기 인류로의 번성 과정에 가장 가까이서 기여한 동물이 바로 개다. 인간들의 선택에 의해 다양한 품종으로 진화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인간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정서적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인간을 사랑하는 진화론적 배경을 담고 있는 개를 우리는 '인류의 동반자' 라고 한다.개를 여타 동물처럼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순석
박순석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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