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비욘세가 픽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

송아지 가죽 레드 백
송아지 가죽 레드 백
발망 2024 SS 컬렉션
발망 2024 SS 컬렉션
피에르 발망
피에르 발망

◆피에르 발망의 탄생과 히스토리

피에르 발망(Pierre Balmain)은 1914년 5월 18일 프랑스 작은 고산촌인 생 장 드 모리엔느에서 태어났다. 발망의 나이 7세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옷감 사업을 하셨고, 어머니는 이모들과 함께 작은 옷가게(갤러리 파리지엔느)를 운영했다. 어머니의 옷가게에서 직물과 의상들을 보고 만지며 패션에 대한 감각과 애정을 키우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25년 11세 때 샹베리에 있는 기숙학교에서 승마, 펜싱 등을 익히며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으며 1933년 건축을 전공하기 위해 에꼴 데 보자르에 입학했으나 패션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패션 스케치 작업을 이어갔으며 패션하우스에서 지내며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피에르 발망의 패션 스케치
피에르 발망의 패션 스케치

세련된 쿠튀르 작업으로 유명한 영국디자이너 에드워드 몰리뉴(Edward Molyneux)의 보조 디자이너로 제안받아 몰리뉴 하우스에서 5년간 일하며 패션의 기초를 배우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2년간 군 복무를 하면서 패션의 정체기를 가졌고 제대 후 뤼시엥 를롱(Lucien Lelong)의 패션 하우스에서 일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크리스챤 디올과 함께 컬렉션 책임자로 일하며 친구가 되었다. 한 때 디올과 발망은 함께 패션하우스를 오픈하기로 약속했지만 여러 가지 일들로 계획이 무산되었다.

졸리 마담 향수와 광고 포스터 1953년
졸리 마담 향수와 광고 포스터 1953년

◆발망 하우스의 시작

고향으로 돌아온 발망은 어머니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아 1945년 발망 하우스(House of Balmain)를 오픈하였다. 그해 10월 첫 번째 데뷔 컬렉션에서 뉴 프렌치 스타일(New French Style) 선보였고 매거진 보그(VOGUE)에서는 그의 컬렉션을 극찬하는 기사와 함께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1945년 발망의 첫 여성 향수 방 베르(Vent Vert)를 론칭하였다. 1946년 엘리제 향수, 1948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발망' 향수를 출시했다.

1950년대는 새로운 룩의 트렌드에 맞추어 의상과 소재, 액세서리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면서 사치스러운 경향을 보였다. 발망은 1952년부터 1957년까지 '졸리 마담'이라는 주제로 켈렉션을 발표했다. 프랑스어로 '졸리(Jolie)'는 '예쁜'이란 뜻으로, 말 그대로 '예쁜 여성'을 의미하며 슬림한 실루엣의 허리 라인을 강조한 이브닝드레스와 앙상블을 의미한다. 1953년에는 컬렉션의 동명인 '졸리 마담' 향수를 출시했다. 가장 많이 팔린 향수 중 하나이다.

졸리마담 컬랙션에 발표된 트위드 슈트 1953년
졸리마담 컬랙션에 발표된 트위드 슈트 1953년

발망은 자신의 비즈니스 경계를 넓히기 위해 미국, 호주 등 영향력 있는 유명 인사와 고객들과의 친분을 쌓으며 혁신적인 전략을 세워 글로벌 비즈니스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그의 고객으로는 미국 출신의 영화배우 소피아로렌, 캐서린 헵번, 에바 가드너, 프랑스 배우 겸 가수 브리짓 바르도 등 유명 스타들과 그 외에도 윈저 공작부인, 벨기에 여왕, 태국의 시리킷 여왕 등이 발망의 의상을 착용하였다.

1968년에는 싱가포르 항공의 유니폼, 1975년에는 에어프랑스 유니폼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많은 업적들을 남겼다. 1982년 6월 발망은 간암으로 투병하다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오랜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에릭 모텐슨이 발망 하우스의 경영을 이어갔다.

부드러운 투톤 가죽 소재의 블레이즈 백
부드러운 투톤 가죽 소재의 블레이즈 백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덴마크 출신의 에릭 모텐슨(Erik Mortensen)이 이끄는 하우스는 발망의 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창의적이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패션 쿠튀르 라인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여러 번의 패션 상을 수상하는 등 그 명성을 인정받았다. 발망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총 17번의 시즌 컬렉션을 진행하였다.

에릭 모텐슨의 후임 디자이너로는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가 임명되었다. 프랑스 쿠튀르 하우스의 디렉터를 맡아 1993년부터 2002년까지 발망을 이끌었다.패션계의 힘든 위기를 맞은 발망 하우스는 혁신을 가져다 줄 뉴 디자이너를 찾던 중 2005년 프랑스 출신의 크리스토프 데카르넹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2009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80년대의 파워 룩 스타일을 선보였다.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은 넓고 각진 어깨의 파워 숄더와 와이드 벨트, 직선적이면서 짧은 미니드레스, 가죽재킷과 재구성된 밀리터리 룩, 락 시크와 그런지 스타일의 새로운 룩을 제안하면서 '발망 마니아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발망은 상하이, 베이징, 레바논, 서울 등 전 세계적으로 매장을 확대하며 위기의 패션 하우스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었으며 수년간의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던 크리스토프 데카르넹은 일신상의 이유로 2011년 4월 회사를 떠났다.

올리비에 루스테잉
올리비에 루스테잉

◆25세의 나이에 임명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

2011년 4월, 발망의 수장이 된 25세의 올리비에 루스테잉(Olivier Rousteing)은 입생로랑 이후 파리 패션계에서 가장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1985년에 태어난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1살 때 백인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어린 시절 보르도에서 자랐으며 파리로 이주하여 에스모드(ESMOD)에 입학하여 패션 공부를 시작했다.

자유롭지 않은 교육체제에 적응하지 못해 1년 뒤 중퇴하고 패션실무에 뛰어들어 2003년 이탈리아 브랜드 로베르토 카발리(Roberto Cavalli)에서 어시스턴트 기간을 거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 5년간 근무하였다. 2009년 발망의 섹시한 스타일에 매료되어 지원했으며 크리스토프 데카르넹의 어시스턴트로 2년을 보내고 2011년 4월 크리스토프 데카르넹의 퇴사로 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첫 번째 2012년 봄/여름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비욘세와 올리비에 루스테잉
비욘세와 올리비에 루스테잉

18세 어린 나이에 패션계에 뛰어들어 1945년에 설립된 프랑스 럭셔리 하우스의 유일한 흑인 수석디자이너가 되어 매 시즌 패션의 틀을 깨뜨리고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며 발망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은 '원더보이' 패션디자이너이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인스타그램 9천9백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셀럽으로 '발망 군단'이라는 타이틀로 친분을 자랑하는 대표 스타들은 비욘세, 킴 카다시안, 지지 하디드, 저스틴 비버 등 모두 거론하기 어려울 만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수많은 셀럽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발망 로고 변천(왼쪽부터 1945년-1983년,1983년-2018년,2018년-현재까지)
발망 로고 변천(왼쪽부터 1945년-1983년,1983년-2018년,2018년-현재까지)

◆전통과 동시대성을 함께 엮는 로고의 변화

2018년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창업자 피에르 발망(Pierre Balmain)의 대문자 이니셜 'P'와 'B'를 결합하여 70년 만에 브랜드의 새로운 로고를 탄생시켰다. 발망 고유의 유산은 보존하면서 프랑스 럭셔리 하우스의 새로움을 더 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전 세계 소비자들과 뉴 미디어로 소통함에 있어서 동시대적인 브랜드의 역사와 유산을 가져갈 로고가 필요했다"라고 로고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발망 2024 S/S 컬렉션
발망 2024 S/S 컬렉션

◆발망 컬렉션 의상 도난과 비하인드 스토리

이번에 열린 2024년 S/S 컬렉션을 열흘 앞두고 샤를 드골 공항에서 발망 컬렉션 작품 50여 점이 도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이 소식을 자신의 SNS 계정으로 알리고 열흘 만에 70%의 컬렉션 작품을 복구하며 발망 하우스의 뛰어난 순발력과 제작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분실된 박스 일부는 수거했지만 지문 채취, 경찰 조사 등의 이유로 보관해야 하는 상황이라 전했다. 수많은 우여곡절과 응원 속에서 블랙&화이트의 테일러드슈트를 입은 모델의 등장으로 컬렉션은 시작되었고 장미 아플리케 장식의 재킷과 스커트, 플로럴 프린트와 컬러 블로킹 조합의 드레스, 과장된 어깨와 잘록한 허리, 드라마틱한 느낌을 더해주는 대담한 실루엣과 다채롭고 화려한 컬러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2024년 봄/여름 컬렉션은 탁월한 장인 정신과 혁신을 선보이며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가장 선구적인 디자이너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입증해 보였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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