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정길정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직원 할머니 고 이복호 씨

정길정 씨의 할머니(사진 오른쪽)가 외손주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길정 씨의 할머니(사진 오른쪽)가 외손주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고 싶고, 그리운 나의 외할머니. 할머니를 떠올리면 항상 나를 보며, 혹은 누군가를 보며 항상 웃어주던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나. 할머니 웃음의 온기가 아직까지도 전해지는것 같으니 말이야. 할머니는 참 따뜻한 사람이었어. 그냥 아무 말 없이 할머니 옆에 누워만 있어도 그 따스함이 온 몸에 전해졌으니 말이야.

할머니 댁에서의 추억이 참 많은 것 같아. 여름방학이면 강가에서 물장구 치던 기억, 내 키보다 훌쩍 더 컸던 옥수수 밭에 달려있던 노오란 옥수수들, 동네를 누비며 잡았던 잠자리와 방아깨비, 할머니의 자식이었던 엄마와 사위였던 아빠를 알뜰살뜰 챙기던 모습. 할머니 댁에서의 모든 나날들은 행복 뿐이었어.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잖아. 나는 힘이 들 때마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곤 해. 그러면 힘든 마음도 어느샌가 싹 씻기는거 있지. 참 신기해. 할머니는 내게 그런 존재야.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젠 할머니 집에 아무도 살진 않지만, 엄마, 아빠는 아직도 종종 할머니 집에 들러서 먼지도 털고, 잡초도 정리하고, 산소도 가곤 해. 그래서인지 그 집에 들어서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뛰어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아이고 내 똥강아지~"하고 두팔벌려 뛰어나오시던 그 모습 그대로 말이야.

할머니와 엄마, 아빠가 서로를 위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와 자식 간의 끈끈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나도 엄마 아빠께 잘 해야지. 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기도 해. 할머니 참 고마워. 우리 가족에게 이런 마음을 선물해줘서.

정길정(사진 위쪽)씨와 할아버지(사진 앞줄에서 왼쪽)가 공원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길정(사진 위쪽)씨와 할아버지(사진 앞줄에서 왼쪽)가 공원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할머니가 양갈래로 머리를 땋아주던 내가 어느덧 아이 셋의 엄마가 되었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었다면, 참으로 예뻐해줬을텐데.. 아이들에게도 항상 할머니 이야기를 해. 엄마가 너네만하던 시절. 할머니가 참으로 잘해 주셨다고. 항상 공주님 대접을 해주었다고 말이야. 아이들도 그런 할머니를 참으로 좋아했을텐데. 할머니도 우리 아이들을 참 예뻐했을텐데. 탐스러운 감도 따주고, 함께 밤송이도 주워줬을텐데.. 나를 사랑해주던 모습이 참으로 그리워.

비포장도로를 덜컹덜컹 달리며, 산속을 지나야만 만날 수 있던 할머니 마을이 최근 개발되어 문화마을이 되었어. 강 어귀에 있던 주막도 덕분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작은 전망대도 생겼어. 개발이 되었지만 할머니와의 추억까지 개발되지 않은게 참 다행이라 생각해.

나는 아이들과 할머니 댁을 들르고, 마을을 걸으며, 마을 곳곳에 숨어있는 나의 추억들을 들려주는데, 그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함께 떠올라. 할머니가 나에게 경험시켜 주었던 것들을, 나도 아이들에게 베풀어 주고 싶네. 내가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났듯,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커나가겠지. 나는 이렇게 계속 계속 할머니 할아버지를 추억하고 생각할꺼야. 그러니 할머니도 그 곳에서 나 잊지말고 계속계속 생각해줘.

엄마는 방앗간을 지날 때면 할머니 참기름이 참 고소했다고 하고, 아빠는 육개장을 먹을 때면 장모님이 해주시던 닭개장이 진짜 맛있었다고 해. 우리 가족 모두 일상에서 문득문득 할머니를 회상하며, 잘 살고 있어. 할머니 그곳은 어때? 날씨가 좋은 날은 우리 할머니 기분 좋겠다. 날씨가 흐린날은 우리 할머니 우산은 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네.

여기는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 거기도 추워? 내가 할머니 내복 사줘야 하는데. 우리 가족은 할머니를 추억하며 잘 살고 있어. 그러니 할머니도 그 곳에서 아픔 없이, 우리를 지켜봐줘야해. 내가 하늘을 올려다 보면, 할머니도 꼭 내려다 봐줘. 할머니~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 행복하게 잘 지내자! 많이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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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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