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한반도 동남권 지진안전종합센터 조속히 구축해야

안경모 한동대학교 명예교수

안경모 한동대학교 명예교수
안경모 한동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11월 30일 새벽 4시 55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4.0 지진에 따른 긴급 재난문자 알림 소리에 눈을 떴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기존에 작은 규모의 지진은 있었지만 이번 정도의 큰 지진은 없었던 곳이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지난 2016년 규모 5.8 경주지진과 2017년 규모 5.4 포항지진을 떠올리며 많이 놀랐을 것이다. 다행히 규모 4.0 정도의 지진은 일반적으로 진동을 느낄 수는 있지만 피해가 발생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지진 발생 이후 상당 시간 지진이 발생할 수 있고, 갑자기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측과 주의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작은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실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정밀한 관측을 통해 지진 발생 경향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금까지의 상식과 달리 최근 연이은 지진 발생으로 한반도 역시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더욱이 한반도 동남권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이 많이 분포하고, 원자력발전소도 다수 위치하고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동해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지진해일이 발생,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지역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은 없는 실정이다.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은 지열발전 사업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밝혀졌다. 이후 지열발전 부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진들을 관리하기 위해 지열발전 부지 안전관리 사업이 시작됐다.

안정적인 지열발전 부지 관리와 함께 심부 지진 관측망 기반 안전관리 기술을 통해 지진 분석 기술 개선 및 심부 지진·단층 정보를 연구해 포항·경주 등 한반도 동남권의 지진 안전관리 기반을 조성하고, 탄소중립 시대에 방폐물 처분시설·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등 지중 활용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진 위기관리 기술개발처럼 지진 안전관리를 위한 포항 지진안전종합센터 구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진안전종합센터 구축 및 운영 사업은 현재 주관기관 선정 절차에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처럼 지진안전종합센터 구축 사업 추진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재난 방재라는 공공 목적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운영비 부담을 국가 예산 지원 없이 주관기관에 전적으로 맡김으로써 현실적으로 운영비 충당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기본 안전시설이자 지진 안전관리 연구 목적이 큰 지진안전종합센터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주관기관에 요구하는 것은 해당 기관의 목적성을 잊은 과도한 요구라고 하겠다.

국가는 국민들이 지진으로부터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지진에 대한 관측과 관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지진 발생 빈도가 높은 한반도 동남권의 지진 안전을 위한 지진안전종합센터의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수립한 '지진 방재 종합계획'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재난 대비 역량 강화를 목표로 지진 방재의 체계적 연구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반대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신규로 건립하는 지진안전종합센터의 운영비를 부담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재난 연구기관은 본연의 목적과 역할을 고려했을 때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운영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주관기관을 맡아 한반도 동남권 지진안전종합센터 구축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해 지속적인 운영으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하루빨리 해소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