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하천에 휩쓸려 숨진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의 경찰 조사가 해를 넘길 모양새다. 지난 8월 말부터 4개월 째 조사 중이지만 관련자와 증거물이 많아 난항이다.
경북경찰청은 채 상병 순직을 둘러싼 해병대 1사단의 지휘 과실 등 의혹과 관련해 앞선 압수수색 증거물 1차 검토를 최근 마치고서 참고인 30여 명을 조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8월 24일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사건 재검토 결과를 넘겨받은 뒤 해병대 1사단에 대해 압수수색 등 심층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실종자 수색 관련 문서, 사건 전후 주고받은 보고 내역, 군 안전관리 매뉴얼, 전자정보 등을 확보하고 영내 컴퓨터와 관계자 휴대전화의 디지털포렌식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연내 수사를 마치기는 사실상 무리라는 입장이다. 살필 자료가 방대하고, 사건 당시 지휘 책임에 대해 핵심 관계자 진술도 엇갈리고 있어서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지난달 21일 순직 사건의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기는 주장을 담아 188쪽 분량 진술서를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사단장은 당초 해병대 수사단에 의해 핵심 책임자로 지목돼 과실치사 혐의자 명단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러나 수사단이 사건 조사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넘기자마자 국방부가 사건을 회수, 재이첩하는 과정에서 그 이름이 빠졌다.
진술서에서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소속 중대에) '하천에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는 등 지시를 전파한 적이 없다. 신속기동부대장이 사단장 현장지도를 수행하며 느낀 보완사항을 전파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사고 전날인 7월 18일 채 상병 소속 중대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바둑판식으로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는 임 사단장 지시가 전파됐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은 "언론 보도나 SNS(카카오톡 등) 갈무리에는 해병1사단장이 직접 '물속 가슴높이까지 들어가'라고 한 것으로 적혀 있으나 (중략) 포병대대장이 화상회의 결과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실재하지 않는 해병1사단장 지시사항을 임의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명단에서 빠진 임 전 사단장의 지휘 책임을 가려달라고 고발한 사건도 2건이나 있다.
채 상병 사건 조사보고서를 경찰에 넘겼다가 항명 혐의를 받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포병7대대장의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지난 8월 22일 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달 말에도 모 관련자가 임 사단장에 대한 고발장을 경북경찰청에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빠르기보다는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 9월 군, 소방, 국과수, 법률·하천·재난·방재 전문가 등 9명의 자문단을 꾸려 사고 현장을 재구성하는 등 실족 원인 파악을 병행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고인 조사와 심야 근무를 이어가며 사실관계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 고등군사법원에서 박 전 단장에 대한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 재판의 첫 공판이 열렸다. 박 전 단장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나의) 상관 명예훼손이나 항명죄는 전혀 성립될 수 없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고 채 상병 사망에서 비롯됐다.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과 저의 항명 사건과 수사 외압 사건 역시 다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다"며 "항명 사건만을 떼어 재판하고 결론 낸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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