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남북대화 중단’이 북핵 발전 시간 벌어 줬다는 문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9일 "대화 반대자들의 주장과 달리 외교와 대화가 북한에 핵을 고도화할 시간을 벌어 준 것이 아니라, 합의 파기와 대화 중단이 북한에 시간을 벌어 주고 핵발전을 촉진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2018년 체결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북한의 노골적인 합의 위반 행위로 유명무실해졌다. 북한은 2019년 11월 이후 해상 완충구역 내에서 110여 차례 포사격, 2022년 12월 서울·수도권에 무인기 침범, 전술핵 미사일 및 핵잠수함 개발 등 군사합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계속해 왔다. 군사합의 이후 5년이 지나도록 합의한 사항을 아예 이행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 북한이 그처럼 군사합의를 무시하는 동안에도 우리 군은 대북 정찰·감시 활동 제한, 군사훈련 범위 축소 등 합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북한이 올해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우리 정부는 예고한 대로 군사합의 효력 일부를 정지했다. 이에 북한은 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며 그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렸다. 북한 핵 고도화의 책임이 대화 중단에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나 '합의 파기'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는 북한의 행태는 결이 같다. 대화와 평화를 그토록 외쳤던 김대중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북핵 개발과 핵 무력 고도화에 기회와 시간을 제공했음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애당초 남북 군사합의는 공평하지도 않았다. 한 예로 군사분계선을 따라 설치한 비행금지구역은 우리 군의 정찰 활동 역량을 무력화했다. 판문점을 기준으로 서울은 52㎞ 거리에 불과하지만 평양은 147㎞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합의 파기)는 남북 간의 군사 충돌을 막는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는 훈수까지 뒀다. 애초 안전핀 같지도 않은 안전핀을 꽂아 놓은 자신을 돌아보거나, 그 안전핀마저 뽑아 버린 북한을 탓하기는커녕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것이다. 도대체 양심이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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