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확도 높인 ICBM 위협, 우리끼리 자중지란 할 때인가?

미국의 핵(원자력)추진잠수함 '미주리함'이 부산에 입항했다. 지난달 '산타페함'이 입항한 지 3주 만에 미국의 공격용 최신형 잠수함이 한반도를 다시 찾았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머리 위에는 북한 정찰위성이 작동하고 있어 이번 ICBM은 정확성 면에서 발군의 위력이 예상된다.

북핵 위기가 다시 한반도를 위협하는 가운데 전직 대통령들의 관련 발언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이 핵 개발을 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개혁과 개방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신년 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당시 김 위원장이 주장한 비핵화는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해체로 이어지는 '한반도 비핵화'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중국은 북한의 ICBM 도발에는 함구하면서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만 철거하라고 촉구한다. '북·중·러'로 연결되는 전통적 극동 아시아 냉전 구도를 강화하면서 한반도의 핵 도발 양상을 오히려 즐기는 모양새다. 실제로 2020년 서해에서 피격된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사살되기 전 중국 어선에 먼저 구조된 정황이 있으나 중국 당국은 함구했다. 남한과 북한, 소국들 사이의 일이지 자신들은 인근 해역에서 어획량만 챙기면 된다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북핵 위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지만, 주변국들은 외면하고 국내엔 안보의식이 결여돼 걱정이다. 무엇보다 국내 정치마저 불안정 상태다. 탄핵과 사법 리스크로 요동치며 반목과 대립을 거듭하느라 국방은 뒷전으로 보인다. 외세가 침략해 올 때마다 들불처럼 일어났던 의병 정신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위기 때마다 보여주던 선조들의 대동단결 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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