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경주의 염원, APEC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단풍이 곱게 물든 2025년 11월 경주. 21개국 정상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첨성대 앞에서 단체 촬영을 한다. 그 영상은 세계 각국에 전파된다. 경주 시민들에겐 상상만으로도 벅차오를 일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는 경주의 간절한 바람이다. 경주를 세계에 알리고, 경기를 살리는 데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열기가 뜨겁다. 경북 경주시는 14일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100만 서명운동 서명부 전달식'을 했다. 실제로 서명한 사람은 146만3천874명. 인구 25만 명인 경주의 유치 염원이 그만큼 절실하다.

APEC은 아·태 지역 21개국이 경제 협력과 번영을 목표로 만든 협의체다. APEC 정상회의 개최는 한국에선 2005년 부산에 이어 두 번째다. 2025년 회의엔 해외에서만 6천 명이 참석한다. APEC 정상회의는 도시 브랜드 강화와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경북연구원은 9천700억원의 생산과 4천600억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유치전이 치열한 이유다.

현재 경주와 제주, 부산, 인천 등이 APEC 정상회의 유치에 나섰다. 경주시는 경쟁 도시보다 체급이 훨씬 낮다. 초교생과 대학생이 링에서 맞붙는 격이다. 그러나 경주는 체급에선 밀리나, 체력에선 최강이라고 자부한다. 한국 전통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세계문화유산 도시란 게 최대 강점이다.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간직한 경주는 한류 열풍에 휩싸인 세계의 주목을 끌 것이다. '준비된 국제회의 도시'란 장점도 있다. 2012년 APEC 교육장관회의, 2015년 세계물포럼, 2020년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정상들의 경호에도 용이하다. 주요 무대가 될 보문관광단지는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경호의 최적지다.

개최 도시는 내년 4월쯤 확정된다. 경쟁 지자체들이 정상회의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부산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보상 차원이란다.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개최지 선정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 행사를 망친다. 부산의 APEC 정상회의 독점은 국민 반감만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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