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송영길의 검찰 수사 거부는 또 다른 범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구속 이후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다만 그는 출석과 동시에 입장문을 내고 "앞으로 기소될 때까지 더 이상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검찰 소환을 거부했고, 검찰은 강제구인을 검토했다. 검찰이 손쓰기 직전 출석한 송 전 대표의 일성은 앞으로 검찰 조사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강제구인을 피하고 시간을 벌어보려는 셈법으로 보인다.

검찰 출석 이전 송 전 대표의 조사 불응 사유는 목감기 등 건강상의 문제이거나 진술거부권 행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건강 악화는 어쩔 수 없으나, 수차례나 반복적으로 불응한 것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당시 허리디스크 때문에 들이려던 책상 반입이 무산된 바 있고, 건강상 문제가 지속됐음에도 본인과 변호인을 통해서 검찰 조사에 응했던 사례와 사뭇 다르다. 송 전 대표가 앞으로 진술거부권을 악용해 조사에 불응한다면 더 문제다. 올해 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 검찰 소환 과정과 유사하다. 당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던 이 대표는 여론전을 전개할 시간을 벌면서 재판 시한을 지연했다. 송 전 대표가 지속해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 대표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은 것 외에도 처세술까지 물려받았다는 비난에 직면할지 모른다.

송 전 대표는 현재 피의자 신분임을 직시해야 한다.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 인멸 우려 때문에 구속된 마당에 아직도 검찰 수사를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진행하려 한다든지,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생각조차 말아야 한다. '386 운동권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아직도 정치권의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착각도 금물이다. 혈세로 진행되는 수사인 만큼 수사 당국에 최대한 협조하고 신속한 법원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검찰 수사 단계부터 상습적으로 회피하는 일은 피의자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사법 체계 근간을 흔드는 또 다른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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