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비디오 킬드 라디오 스타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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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과학 저널인 네이처에 의하면 음악가의 외모가 소리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한다. 네이처의 편집자였던 필립 볼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사회심리학자이며 클래식 피아니스트인 치아-중 차이의 연구를 인용했는데, 실험에 참여한 비전문가와 전문가의 83%가 처음에는 소리가 공연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달랐다고 한다.

참가자들이 권위가 있는 10개의 국제 콩쿠르의 결선 진출자 3명의 녹음 또는 소리가 있는 영상을 평가했을 때는 비전문가와 전문가의 판단이 거의 비슷했으며, 실제 결과의 33% 또는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등수를 맞췄다. 하지만 소리가 없는 영상만을 보고 판단하라고 한 경우에는 성공률이 46~53%였으며, 전문가보다 비전문가의 성공률이 높았다. 이런 결과로 보면 연주를 관람하는 보통의 사람들은 음악의 질을 평가할 때 소리보다는 연주하는 모습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하겠다.

하지만 보는 것이 듣는 것보다 우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연주자의 실력이 비슷한 경우에는 시각적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시각 정보의 역할에 관한 실험에서와 같이, 전문가들이 좋은 연주와 현저히 떨어지는 연주를 구별하는 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필립 볼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각 정보의 신뢰성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시각적 정보가 가장 적합한 우승자를 고르는 데에 도움이 됐는지, 아니면 오판할 수 있는 소지가 있어서 음악적 깊이보다는 시각적 재간에 의존하는 연주자를 선호하게 만드는지 하는 여부다. 하지만 연주 실력과 외모가 함께 한다면 최고다. 헝가리 출신의 프란츠 리스트가 바로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롤링스톤의 믹 재거나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처럼 록 스타만 긴 머리를 휘날리며 무대를 휘젓진 않았다. 리스트는 19세기에 활동한 피아니스트였지만, 그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열정적인 연주로 땀방울을 관객석 쪽으로 날릴라치면, 어떤 여성 팬은 황홀경에 빠진 나머지 기절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속옷을 벗어 무대 위로 던진 여성 팬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의 섹스 심벌이던 그가 공연을 마치면 폭동(?)이 시작됐는데, 여성 광팬들은 무대 위로 떼를 지어 올라와 그로부터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얻으려고 난리를 부렸다. 그들은 리스트가 땀을 닦았던 손수건을 서로 가지려고 싸웠기에, 리스트는 더 많은 여성이 기념물을 가지도록 자기의 벨벳 장갑을 찢어서 나눠주는 자비를 베풀기도 했다. 어떤 여성들은 리스트가 마신 커피 잔의 찌꺼기를 가져가려고 유리병을 가져왔다는 말도 있다. 심하게는 리스트가 피운 시가의 꽁초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뒤진 여성도 있었다고 어떤 작가는 기록했다.

요즘에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독특한 모습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들이 더러 있다. 과도한 액션이나 노출이 심한 옷과 킬힐이 그 상징이지만 리스트의 광팬들만큼이나 열성적인 팬들을 가지진 않은 것 같다. 이쯤에서 영국 밴드인 버글스의 '비디오 킬드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radio star)'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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