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파우스트적 거래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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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태니커 사전에 의하면 '파우스트적 거래'란 개인의 가치나 도덕적으로 중요한 것을 지식, 권력, 재물과 같이 세속적이거나 물질적인 이익과 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이 용어는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파우스트'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파우스트적 거래의 본질에는 비도덕적이거나 악한 존재나 힘과의 거래를 전제하기에 거래 당사자는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너무나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인해 이러한 파우스트적 거래의 당사자로 오해를 받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였던 니콜로 파가니니다.

파가니니는 5살 때 아마추어 만돌린 및 바이올린 연주자인 아버지로 만돌린을 배우기 시작해 7살부터는 바이올린을 연주했으며, 11살 때 제노바에서 처음으로 공개 연주회를 했다. 엄격한 성격인 파가니니의 아버지는 자신의 무역업이 기울어져 가자, 아들을 전문 바이올리니스트로 키우려고 모든 희망을 그에게 쏟았다. 파가니니는 처음 2년 간은 가정에서 아버지로부터 기초적인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다. 이후부터는 여러 명의 선생이 그를 가르쳤으나, 그들은 곧 파가니니의 앞서가는 연주 실력에 압도되어 더 이상 자신들은 파가니니를 가르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파가니니가 활동했던 19세기에는 다른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도 많았지만,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와는 너무 현격한 연주 실력 차이로 인해 사람들은 그가 악마와 거래했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는 악보를 외워 연주했으며, 초당 최대 12개의 음표를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하니 가히 사람들이 그를 악마와 거래했다고 할만하다. 악보에 구애받지 않고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몸을 마구 흔들며 연주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그에게 '고무 인간'이라는 별명도 붙였다. 특히 그는 유난히 긴 손가락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유전성 질환으로 골격의 기형을 유발하는 말판증후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덕분에 그는 한 손으로 3옥타브를 연주할 수 있었는데, 오늘날의 바이올리니스트 대부분에게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파가니니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과 함께 그의 비엔나 공연에 왔던 한 사람은 악마가 파가니니의 연주를 돕는 것을 봤다고 했다. 연주 중에 악마가 파가니니의 활 끝에 번개를 쳤다는 것이다. 어떤 목격자들은 연주 중에 그의 눈이 뒤로 돌아가 버리는 바람에 흰자만 보였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파가니니가 바로 악마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소문의 진위와는 관계없이 그의 삶은 갈수록 파우스트적 거래의 결말에 접근한다. 15살에 순회공연을 시작한 파가니니는 이른 독립으로 인해 정신 쇠약에 시달렸으며 과음과 도박을 시작하면서 더욱 악화가 되었다. 도박으로 순식간에 빚이 늘었으며, 나중에는 바람둥이라는 소리도 더해진다. 사망하기 4년 전에는 파리 카지노에 투자했지만, 곧 카지노가 망하는 바람에 많은 빚을 졌다. 여자와 도박과 술을 좋아했던 그는 1822년에 매독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며, 수은과 아편으로 치료하던 중, 1834년에는 결핵에 걸리기도 했다. 파가니니는 결국 60세가 되던 1840년에 후두암으로 니스에서 사망했다. 과연 그는 악마와 거래했을까? 물론 그럴 리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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