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23층 아파트 승강기 22대, 최소 1~2개월 운행 금지…입주민 불편 불가피

"노약자들 어쩌나"…"원룸에서 설 차례 지내야 할 판"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라 운행 금지…뽀족한 대책 마련 어려워

경북 경산시의 한 아파트 승강기에 25일부터 승강기 운행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진만 기자

경북 경산시의 입주 28년째를 맞은 H아파트가 정밀안전검사에서 '조건부 합격'을 받은 후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오는 25일부터 1~2개월 동안 아파트 전체 승강기 22대 운행이 전면 중단될 처지다. 설을 앞두고 노약자와 유아 등 입주민들의 불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23층 10개동에 973가구 3천여명의 입주민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 승강기 등에는 최근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1월 25일부터 3월 13일까지 22대의 승강기 운행이 중단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25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정밀안전검사를 받았는데 '조건부 합격'을 받았다. 올해 1월 24일까지 승강기 안전장치를 설치하면 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승강기 안전장치 설치보다는 22대의 승강기를 전면 교체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정했고, 승강기 설치회사와 17억2천여만원에 교체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조건부 합격에 따라 1월 24일까지 승강기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승강기를 운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북 경산시의 한 아파트가 승강기 정밀안전거사에서 불합격을 받고도 안전정치를 설치하지 않아 오는 25일부터 1~2개월 동안 승강기 운행이 금지될 처지에 놓였다. 김진만 기자

또 입주자대표회의와 승강기 설치회사와 계약 기간은 오는 3월 31일까지로 돼 있다. 이달 24일까지 교체 공사를 끝내기도 불가능하다.

16일 현재까지 이 아파트에는 승강기 교체 공사를 위한 자재 등이 반입되지 않은 상태로, 승강기 교체 공사는 3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오는 25일부터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조건부 합격을 충족시킬 때까지 22대 승강기 모두 운행 금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5일 공청회를 연 입주민들은 "승강기가 25일부터 전면 운행 중단할 경우 1천여명의 입주민들, 특히 노약자와 임산부,어린이들이 엄청난 불편과 고통을 겪을 것이 뻔하다"며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렇게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느냐" 따져 물었다.

일부 입주민들은 "갑자기 응급환자나 화재 발생시 어떻게 해야 되느냐"며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 일부 고층 입주민들은 "설 명절이 되면 멀리서 가족들이 올텐데 차례 준비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인근에 원룸이라도 얻어 설을 보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경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오는 25일부터 승강기 전면 운행 중단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고 있다. 김진만 기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경산시는 승강기를 운행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아파트 중간 중간에 의자를 비치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을 내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김모 회장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서 여러차례 안내문을 보냈는데 전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별 뾰쪽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승강기를 불법 운행할 경우 민·형사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누가 불법운행을 하라고 할 것이며, 안전사고 발생시 누가 민·형사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행 승강기안전관리법에는 승강기 운행금지 조치를 위반하면 관리주체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