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 경제] 내 댕댕이 위해서라면…개 밥그릇도 에르메스

유통가 ‘펫코노미(Petconomy)'에 집중…시장 규모만 4조원 대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팔려…반려동물에 돈 안 아끼는 펫팸족이 뜬다
늘어나는 반려인구, 네 집 중 한 집이 반려동물 키워

롯데백화점 대구점 7층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미밍코(MIMINKO)'가 신규 오픈했다. 체코어로 '아기'를 뜻하는 미밍코는 반려동물의 종과 크기에 맞는 다양한 의류와 장신구를 비롯해 프리미엄 간식과 수제 간식 등을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대구점 7층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미밍코(MIMINKO)'가 신규 오픈했다. 체코어로 '아기'를 뜻하는 미밍코는 반려동물의 종과 크기에 맞는 다양한 의류와 장신구를 비롯해 프리미엄 간식과 수제 간식 등을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제공

30대 김모 씨의 휴가 계획은 김 씨의 반려견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박물관, 유적지 등 제아무리 유명한 관광 명소도 강아지와 함께 들어갈 수 없다면 가감 없이 후보지에서 제외한다. 경기도 가평, 강원도 홍천, 충청남도 천안 등에 있는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펜션을 휴가지로 정한 지도 2년째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국내 인구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반려가구는 전체의 25.7%를 차지한다. 인구수로 환산하면 1천262만명이다. 네 집 중 한 집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인 것.

반려동물용 유모차, 일명 '개모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유아용 유모차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반려동물용 판매량이 유아용 유모차 판매량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 비중은 2021년 33%, 지난해 36%로 소폭 높아지다가 올해 1∼3분기에 57%로 급격히 상승했다.

개모차가 유모차 판매량을 역전한 것은 극심한 저출산과 무관하지 않다. 네 집 중 한 집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반면 출산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은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서 2025년 0.65명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전국의 동물병원 수는 소아청소년과의 2배가 넘었다.

베르그앤릿지(BERG&RIDGE)의 북유럽풍 하우스. 신세계인터네셔날 제공
베르그앤릿지(BERG&RIDGE)의 북유럽풍 하우스. 신세계인터네셔날 제공

◆ "댕냥이를 위한 옷·건강식부터 장례식까지"…커지는 '펫코노미'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증가하자 반려동물 시장 역시 덩달아 커지고 있다. 4조원대에 달하는 '펫코노미(Petconomy)'는 패션, 의료, 식품은 물론 돌봄 서비스와 장례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조용히 성장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9천억원에서 2020년 3조 4천억원으로 5년간 78.9% 성장했으며 오는 2027년에는 6조 55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늘어나는 펫팸족에 기업들은 조금씩 반려동물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펫푸드 시장은 반려동물 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미 대형 식품 기업들은 반려동물 먹거리(펫푸드)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관련 제품을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2017년 하림 그룹이 세운 하림펫푸드는 '더 리얼', '밥이보약' 등 반려견용 사료를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엔 모회사 하림의 '더미식 교자'와 협업해 반려견용 '더리얼 만두'를 내놓았다. '더리얼 유니자장면', '더리얼 용가리 멍치킨'도 실제 자장면, 치킨을 그대로 구현했다.

대상 그룹은 지난해 대상펫라이프를 설립했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의 먹거리도 아무거나 줄 수 없다는 펫팸족의 심리를 겨냥해 펫 건강식을 주로 출시한다. 노령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닥터뉴토', 반려동물이 소화하기 쉽게 묽게 만든 '뉴트리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뉴트리케어는 국내 환자용 식품 브랜드인 뉴케어와 공동 개발했다.

반려동물 의류 시장도 뜨겁다. 2022년 속옷업체 BYC가 반려문화·콘텐츠 전문기업인 ㈜동그람이와 손잡고 2022년 출시한 반려견용 내의 '개리야스'는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BYC는 개리야스의 성공에 힘입어 올겨울 반려견용 김장조끼도 내놓았다.

반려동물 제품이 호응을 크게 얻자 유통업계도 반려용품 매장을 신규 오픈하거나 팝업스토어, 할인 등 다양한 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지난 15일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미밍코(MIMINKO)' 매장을 신규 오픈했다. 체코어로 '아기'를 뜻하는 미밍코는 반려동물의 종과 크기에 맞는 다양한 의류 및 장신구를 비롯해 프리미엄 간식과 수제 간식 등을 선보인다.

롯데마트·슈퍼 역시 반려동물 용품을 특가에 판매하는 '콜리올리 텅장위크' 행사를 열었다. 롯데마트 전 점, 롯데슈퍼 150여개점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큰 큐모의 행사로 40여개 배변 패드, 장난감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인기 간식·사료 260여 품목을 최대 50%까지 할인했다.

아성다이소는 19일 반려동물에게 방한 효과와 함께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펫 의류 상품 등으로 구성한 '겨울 펫 의류 기획전'을 진행한다.

구찌의 허베리움 펫 베드. 구찌공식홈페이지
구찌의 허베리움 펫 베드. 구찌공식홈페이지

◆"우리 댕냥이는 더 좋은 거"…고급화 전략 통한다

'펫팸족(Pet+Family)'은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데 온 정성을 쏟듯,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이커머스업체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한 번에 반려 용품을 10만원 이상 주문한 건수는 전년 대비 31%나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의류와 리드 줄, 패션용품 등이 포함된 '액세서리' 카테고리의 경우 20만원을 한 번에 소비한 건수는 같은 기간 대비 8배나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펫셔리'(펫과 럭셔리의 합성어) 상품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반려인이 늘어나자 명품도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에르메스는 430만원을 호가하는 반려견 이동 가방을 판매하고 있다. 반려견 밥 그릇도 212만원이다. 루이비통 고유의 모노그램이 새겨진 '도그 캐리어'(467만원)는 SNS에서 인기다.

구찌에서는 반려동물 산책용 리드 줄(55만원)부터, 펫 침대(120만원). 펫 코트(133만원). 옷(36~133만원), 태그(30만원) 등이 판매되고 있다. 명품 주얼리 티파니앤코에서도 반려동물용 밥 그릇과 산책용 리드 줄을 출시했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도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여는 특성에 각종 유통업계에서도 반려용품 고급화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디지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는 최근 프리미엄 친환경 반려동물용품으로 유명한 베르그앤릿지, 고급 펫 다이닝 전문 브랜드 케스티 등을 신규 입점시켰다.

프리미엄 친환경 반려동물용품 브랜드 '베르그앤릿지(BERG&RIDGE)'는 최근 북유럽 디자인을 입힌 반려동품 용품을 출시했다. 핀란드 자작나무를 활용한 강아지 집 가격은 167만~225만원, 이동 가방은 95만원으로 고가다.

에스아이빌리지는 반려동물용품 수요가 늘며 2022년 말 11개였던 반려동물용품 브랜드 수를 1년여만에 23개로 늘렸다. 실제로 같은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인 몽슈슈는 28만원대의 반려견 전용 카시트와 15만원대의 애견 계단이 인기를 끌며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8% 신장했다.

에스아이빌리지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위해 지갑 열기를 망설이지 않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엄선된 브랜드와 차별화된 제품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