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치매 앓고 아들을 오빠로 부르던 당신, 보고싶습니다

이무열(시인·대구문화관광해설사회장) 씨 어머니 고 최순금 씨

평소 친딸 이상으로 정겨웠던 아내(왼쪽)와 어머니(오른쪽) 고 최순금 여사
평소 친딸 이상으로 정겨웠던 아내(왼쪽)와 어머니(오른쪽) 고 최순금 여사

어제까지 어머니 최순금 여사 삼일장을 치렀다. 주민등록상 1933년생이지만, 실제로는 1932년생 잔나비띠. 2023년 6월부터 시행 적용된 연나이, 만나이, 띠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리라.

문상객 중 누구는 그랬다. 호상이라고. 호상이라니? 죽음의 문턱까지 시난고난 신고를 겪은 당신을 여윈 입장에서는 절절하고 지극한 그 아픔을 차마 어이 달래랴. 예전에는 상례를 주관하는 사람을 호상이라고 했다. 고인을 잘 아는 이 가운데 모든 제반 절차에 따라 일의 진행을 맡아 하였다. 하지만 우리네 상례절차나 형식은 간단히 잊히고 아는 이도 지키는 이도 없이 무의미하게 되고 말았다.

굳이 호상이라는 말 대신 나는 "참 복 있는 노인이네, 자네 어머니는 천수를 누리다 가신 듯 하니 복노인이라네…" 같은 말을 듣고 싶었다.

당신께서는 정말 복노인이었을까? 살아생전 제대로 못한 아쉬움과 후회스러움이 크다. 다만 결혼 후 삼십 수 년 모신 집사람이 있어 많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딸도 없고 씻고벗고 며느리 하나뿐이라 딱 하루 친척집에서 자고 온 일 말고는 집을 비운 일이 없으니 집사람과 친딸 이상의 인간적인 끈끈함과 애틋함으로 보낸 세월이 길었으리라.

2014년 (왼쪽부터) 손자,어머니,아내.손녀딸. 손녀딸의 영국유학을 앞둔 가족여행길에서.
2014년 (왼쪽부터) 손자,어머니,아내.손녀딸. 손녀딸의 영국유학을 앞둔 가족여행길에서.

그날 아침. 당신께서는 4년이나 다닌 집부근 수성구 ㅇㅇㅇ주간보호센타에 생전 처음 혼자 걸어서 가셨다. 평소 같으면 동작이 굼떠 두세 번쯤 식사하시라고 채근해서야 식탁에 앉고, 늘 주간보호센타 차량을 이용했건만 뭔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던 모양이다.

퇴근시간에 봉고차에 타고 있다가 센타 직원이 봉고차 발판을 치우는 사이 선망증세 탓인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머리는 찢어지고 쇄골뼈는 부러지고 뇌출혈과 함께 오른쪽은 통으로 마비가 되는 황망한 사고였다.

가톨릭병원에서 수술 이후 한패밀리병원에서의 임종까지 사고건을 깨씹고 분노하며 안타까움을 삭이려던 시간들이 이제와 생각하니 가뭇없다. 당신의 병석에서 만난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들의 노고와 수고로움이라니. 황망한 가운데 오래전 인연을 빌미로 연락했더니 적극적으로 도와준, 죽음을 돌보는 사람 장례지도사 강봉희 단장은 또 어떠했던가.

돌아보면 이번 상례를 치르면서 감사하고 소중히 간직해야할 사람들이 그 얼마나 많은가. 대구문화관광해설사 동료들, 대구관광센타와 대구시청 관광과 공무원들, 선후배 시인들, 멀리 가까이서 기꺼이 슬픔을 나누고자 와주신 학교 동기들과 지인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다 먹먹하다.

특히 7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 아들을 알아보기는커녕 오빠나 동생으로 알고 있던 당신을 위해 기꺼이 늦은 시간에 미사를 드려주신 생면부지의 욱수성당 레지오단원들, 50년지기 늦깎이 진일스님의 극락왕생 기도…그런 하나하나가 다 가슴에 송알송알 맺혀 늦은 새벽까지 나를 홀로 글썽이게 한다.

아아!

'쓸어 모으면 몇 줌이 될까 말까/어림짐작으로 되가웃 가루 분말이/희다 검다 쓰다 달다/저토록 할 말이 진하다……침묵 뒤 이어지는 일동 묵념/서늘한 이별의 수순을 밟으며/각자 남은 여정이 있고 돌아갈 길이 바빠서/유족이든 문상객이든 잠시 허허로운/실로 목숨의 무게는 얼마나 무겁도록 가벼운 것인가 -졸시 「가볍디가볍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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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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