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윤희숙 vs 임종석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해방 후 우리나라의 시대적 과제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였다. 훌륭한 지도자들과 국민의 피땀으로 우리는 이 과업을 완수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생적으로) 더러웠던 나라, 게으름에 젖어 있던 나라를 부강하고, 깨끗하고, 부지런한 나라로 만들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의 시대정신을 우리는 찾지 못했다. 경제에서는 추격 국가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선도 국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꽤 오랫동안 중국의 수입 1위 국가였던 한국은 대만, 미국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우리가 선도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입구에서 맴도는 동안, 늦게 산업화에 시동을 건 중국이 쫓아왔기 때문이다.

정치 영역은 더하다. 운동권 정치인들은 DJ 정부 때 '젊은 피 수혈'로 대거 정계에 들어왔다. 그리고 '따뜻한 대한민국 건설'에 일조했다. 그것으로 시대적 역할이 끝났지만 그들은 물러나지 않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말대로) 386이 486, 586, 686이 되도록 특권을 누리며, 부패, 갈라치기, 독선 등 타락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 안보, 경제, 민생, 미래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이성적 기준까지 흔들고 있다. 개딸 정치,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의 사법 농락, 정규직만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 실업급여를 노린 계획적 실업 등을 보라.

선도 국가로 나아가자면 창의성(創意性)이 필수다. 창발(創發)은 전문 지식과 인간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다. 전문 지식이 창발에 필요한 '기술'이라면, 배려는 창발에 필요한 '태도'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사람은 지식을 자기 이익을 위해 쓸 뿐 공익 가치 창출에 쓰지 않는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 대부분은 전문 지식은 물론이고 배려심도 없다. 그나마 지식을 가진 자들은 배려하는 척 위선을 떨 뿐이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 개천에서 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면서 출혈경쟁 말고 따뜻한 개천을 만들자'면서 경력과 표창장을 위조해 제 자식을 용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 한 예다.

진영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 자리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 노동집약이 아닌 부가가치 확대, 대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사회 등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원희룡 vs 이재명, 윤희숙 vs 임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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