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용모의 영혼의 울림을 준 땅을 가다] 상상이상으로 행복한 지구촌…파키스탄

차도르·쿠피 모자로 모습 가렸지만 외국인·여행자들 환대하는 국민들
'평화의 도시'인 수도 이슬라마바드…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첨탑 보유
경치 즐길 수 있는 전망대·박물관도

파이살 모스크에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이슬람 순례자들이 기도를 하기위해 찾는다. 가족단위의 순례객들이 거리낌 없이 함께 사진을 촬영하자고 하여 놀랐다.
파이살 모스크에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이슬람 순례자들이 기도를 하기위해 찾는다. 가족단위의 순례객들이 거리낌 없이 함께 사진을 촬영하자고 하여 놀랐다.

자유여행가인 필자는 지난해 쉼과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낯선 파키스탄, 스리랑카,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등 사람의 발길이 적은 곳을 찾아 나섰다. 영혼의 울림을 준 상상이상으로 행복한 지구촌의 아름다운 모습에 흥분되었다. 날것 그대로의 자연이 숨 쉬는 그야말로 우리가 모르고 있는 종교와 풍습이 다른 지구촌 사람들.

이슬람과 힌두교 등 우리에게 생소한 종교의 이해와 우리가 거리감을 둔 사람들의 따뜻한 인간애와 자연에 대한 사랑을 여행을 통해서 보고 느낄 수 있다. 여정을 따라 산자락에 숨어 있는 오지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눈부신 아름다운 자연의 속살, 길가에서 만난 여행자들의 모습을 두루 담고자 한다.

이슬라마바드 공항에서 도착하지 않은 배낭을 공항관계자와 세관원들이 추적하해 다음날 쉽게 찾을 수 있었다.친절한 파키스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공항에서 도착하지 않은 배낭을 공항관계자와 세관원들이 추적하해 다음날 쉽게 찾을 수 있었다.친절한 파키스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위험한 파키스탄 가는 길

많은 사람들이 파키스탄은 테러가 끊이지 않는 위험한 이슬람국가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경보지도를 살펴보면 파키스탄 전역이 적색경보 지역인데 이슬라마바드, 훈자, 길깃, 스카루드 지역만 황색경보로 여행자제 지역이다. 여전히 안심하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았지만, 파키스탄의 진면목을 보고 싶어 출발을 결심했다.

인천에서 출발하여 방콕에서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행 비행기로 환승을 했다. 방콕에서 밤늦게 1시간이나 지연 출발한 기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탑승객의 분위기다. 비행기를 탄 대부분의 이슬람교도 여성이 타인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게 쓰는 차도르를 쓰고, 그 한쪽에는 무슬림 남성들이 쿠피(Kufi)모자를 쓰고 있다. 잠시 내 몸이 얼어붙는 듯 했다.

파키스탄의 버스와 화물차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알록달록한 장식을 하고 있다. 경적소리 또한 아주 요란하고 사람들도 어디든 탈수가 있다.
파키스탄의 버스와 화물차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알록달록한 장식을 하고 있다. 경적소리 또한 아주 요란하고 사람들도 어디든 탈수가 있다.

밤늦게 후끈 열기가 달아오른 듯한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하여 수화물을 찾는데 내 베낭이 도착하지 않았다. 아마도 방콕공항에서 환승시 실리지 않은 것 같단다. 2시간을 공항관계자와 세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친절한 파키스탄 사람들과 한결 가까워진 듯 했다. 사진 촬영 금지구역인데도 먼저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고, 전화번호를 주고받아서 나중에 베낭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여행은 참으로 신비롭고 귀한 인연을 엮어내나 보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또다른 인연이 생기고 추억이 남는 것 같기도 하다. 덕분에 하루 이슬라마바드 투어를 하게 되었다. 파키스탄 여행을 하면서 이슬람을 편견 없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1986년에 지어진 파이살 모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 왕 파이살 빈 압둘 아지즈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으며, 이슬라마바드의 랜드마크로 30만 명의 신도를 수용할 수 있다
1986년에 지어진 파이살 모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 왕 파이살 빈 압둘 아지즈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으며, 이슬라마바드의 랜드마크로 30만 명의 신도를 수용할 수 있다

◆ 신성한 땅 파키스탄

파키스탄의 뜻은 '신성한 땅'이라고 한다. 파키스탄의 비자를 받고서 깜짝 놀란 것 중의 하나가 파키스탄의 국명이 'Islamic Republic of Pakistan'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파키스탄은 '이슬람국'이다.

일반적인 매체가 전하는 총기와 마약, 서로 다른 종파간의 폭력, 계엄령 등의 이미지만을 알고 있는 정도이지 파키스탄의 속살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파키스탄은 뉴스에 오르내리는 까다로운 나라들과 접하고 있다. 남서쪽으로는 이란, 북서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북동쪽으로는 중국과 동쪽으로는 인도 등과 접경하며, 남쪽해안은 아라비아해에 연하고 있다.

현대식 건축양식의 파이잘 모스크는 문화적 랜드마크로, 매일 수만명의 관광객이 찾으며, 내부 홀에 7만4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
현대식 건축양식의 파이잘 모스크는 문화적 랜드마크로, 매일 수만명의 관광객이 찾으며, 내부 홀에 7만4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

특히 북부지역은 파키스탄내에서 가장 종교적으로 엄한 곳으로, 최근에는 외국인 저널리스트가 현지여성을 촬영하려다가 부족인들로부터 기습을 받고 차량, 카메라, 여권 등을 빼앗기는 사건도 발생하였다.

그러나 파키스탄에서는 다양한 문화와 친절한 국민, 멋진 자연경관을 만나볼 수 있다. 파키스탄만큼 여행자를 환대하는 국가도 드믄 것 같다. 천성이 여유롭고 따뜻한 듯한 파키스탄 사람들은 처음 본 외국인들에게도 서슴없이 호감과 관심을 표현한다.

◆ 이슬람의 도시 이슬라마바드

수도 이슬라마바드는 이름이 풍기는 '이슬람의 도시' 또는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다. 인구는 약500만 명으로 2,000만 명이 넘는 카라치나 1,200만 명인 라호르에 비하면 많이 적다. 무더운 시내를 다니면서 파키스탄 전통의상 살와르 카미즈(Sawar Kameez)를 입고 다니는 현지인들을 보며 편하고 실용적이며, 저렴한 가격이라 즉석에서 한 벌 사 입었다. 조금 더 현지인들과 가까워지고 싶고, 그들과 동화되고 싶기도 했다. 파키스탄에서 국가의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살와르 카미즈는 착용자에게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준다.

이슬람의 도시 이슬라마바드에는 30만 명의 신도를 수용할 수 있는 현대식 건축양식의 파이잘 모스크(Faisal Mosque)는 중요한 문화적 랜드마크이자 매일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1986년에 지어진 파이살 모스크 4개의 첨탑은 각각 높이가 79m로 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첨탑이며, 둘레가 10×10m이다.

다마네코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으며, 산중턱의 마르갈라 언덕에는 테라스가 있는 정원이 아주 아름다워 살와르 카미즈를 입은 이방인과 사진찍기를 원하는 관광객이 많다.
다마네코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으며, 산중턱의 마르갈라 언덕에는 테라스가 있는 정원이 아주 아름다워 살와르 카미즈를 입은 이방인과 사진찍기를 원하는 관광객이 많다.

다마네코는 해발730m 높이의 전망대로 이슬라마바드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가 있다.
다마네코는 해발730m 높이의 전망대로 이슬라마바드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가 있다.

다마네코(Daman-e-koh)는 한 마디로 해발 730m 높이의 전망대로 이슬라마바드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가 있는 곳이다. 산중턱에서 세워진 마르갈라 언덕위에 테라스가 있는 정원이 아주 아름답다.

탁실라(Taxila)는 고대유적으로 이슬라마바드와 라왈핀디 광역권에서 서북쪽으로 15km 가량 떨어져 있다. 탁실라의 발굴 유물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탁실라 박물관이 있는 곳이다. 탁실라 박물관은 돌, 치장벽토, 테라코타, 은, 금, 철 및 준보석을 포함하여 약 4,000여 개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거리의 아이들과 여성들은 타인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게 히잡을 쓰고 다닌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와 미소를 이방인에게 지으며 호기심을 자아낸다.
거리의 아이들과 여성들은 타인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게 히잡을 쓰고 다닌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와 미소를 이방인에게 지으며 호기심을 자아낸다.

◆ 인샬라! 신의 뜻대로~

이번 여행은 파키스탄의 관문인 이슬라마바드에서 파키스탄의 백미라고 하는 북쪽의 페어리메도우와 라카포시, 세계적인 장수마을 훈자를 거쳐 쿤제랍고개까지 올라가 카람코람하이웨이를 가야한다. 다시 길깃에서 북동쪽 스카루드를 지나 데오사이를 넘어 낭가파르바트까지, 또 길깃을 북서쪽으로 산두르 고개를 넘어 차트랑에서 라호르까지 이어진다.

파키스탄 북부지역의 유명한 카람코람하이웨이의 육로이동은 렌터카 이동시 최소 16시간, 버스는 24시간 이상이 걸린다. 만일 이동 중 비라도 내린다면 이동에만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낙석 등으로 길이 자주 막히고 운행이 중단된단다.

이슬라마바드 도심은 매연으로 여행자가 이용할 수 있는 오토릭샤 운행이 금지 되었으나 도심을 벗어난 남쪽 라왈핀디라지구는 오토릭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슬라마바드 도심은 매연으로 여행자가 이용할 수 있는 오토릭샤 운행이 금지 되었으나 도심을 벗어난 남쪽 라왈핀디라지구는 오토릭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낙석 및 산사태는 산악지형인 파키스탄 북부지형의 공통적인 문제다. 산을 끼고 있는 도로 중 안전해 보이는 도로가 별로 없다.

그러니 인샬라!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자가 먼저 인샬라를 외치게 되어 북쪽의 훈자마을을 향해 떠나면서 신의 뜻대로를 기대하며 외쳤다.

인샬라(Inch'Allah)는 "신의 뜻"을 의미하는 아랍어 표현으로 미래의 일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신이 원하지 않는 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신의 의지가 모든 인간의 의지를 대체한다는 믿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파키스탄에서 간절하게 사용하는 용어가 색다른 의미로 가슴에 와 닿았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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