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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엘리트스포츠 진흥 정책 문제가 없는가?

영남대 김동규 명예교수. 매일신문 DB
영남대 김동규 명예교수. 매일신문 DB

스포츠가 국가 부흥의 근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의 자존감과 사기 진작의 동력이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한 면에서 1970년대부터 강화한 스포츠 진흥 정책은 긍정적인 면이 크다. 이를 계기로 야구, 축구, 씨름, 농구, 배구 등의 종목에서 프로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의 본산인 올림픽의 경우, 1976년 몬트리올대회에서 양정모 선수의 금메달 획득 이후 2020년 도쿄대회까지 금메달 96개를 비롯해 286개의 메달을 획득하였다. 동계 올림픽에서도 1992년 알베르빌대회를 시작으로 2022년 베이징대회까지 31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70개의 메달을 획득하였다. 나라 규모로 봐서 양호한 성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근래 올림픽의 성적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베이징대회와 2012년 런던대회에서 금메달 13개씩 획득한 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대회 9개, 2020년 도쿄대회 6개로 성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상당수 종목에서는 예선조차 통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림픽 외 종목별 국제대회에서의 성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반면에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를 획득하여 종합 3위의 성적을 거둔 일본은 이후 생활체육의 진흥에 보다 집중한 결과, 88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로 참패하였다. 이에 자존심이 꺾인 일본은 1988년 정부 차원에서 생활체육과 엘리트 스포츠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코자 체육국 소속 스포츠과를 '생애체육과'와 '경기력스포츠과'로 분리해 행정체제를 강화하였다.

1989년에는 일본올림픽위원회를 재단법인화하였으며, 보건체육심의위원회에서도 스포츠 국제경쟁력 향상을 주요 과제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상승 기류에 힘입은 일본은 2020도쿄올림픽에서 27개의 금메달을 비롯해 58개의 메달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엘리트 스포츠의 취약점은 얕은 선수층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중학교 스포츠를 동아리대회로 전면 재편하는 조치가 급선무다. 초·중학생부터 프로 선수급 훈련으로 '학교 간 대항경기'를 펼치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선수의 저변 확대는 불가능하다.

선진국이 그러하듯 그들에게 스포츠는 놀이여야 한다. 또한 고교 스포츠는 학교 간 대항경기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선수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아야 저변 확대가 보장된다. 일본은 고교 야구팀이 4천300여 개이며, 남학생의 절반이 운동선수임은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대학들도 엘리트 스포츠를 활용해 공동체문화를 조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홈 앤드 어웨이(Home and Away) 방식의 도입이 시급하다. 다만 대학과 함께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FUSF)를 미국대학운동경기협회(NCAA) 수준으로 격상시켜 엘리트 스포츠의 선진화를 도모해야 성사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대중매체들도 이의 보도와 홍보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관중석이 텅 빈 스포츠 경기장, 이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망신이자 대학 스포츠의 수치다.

보다 중요한 건 국가 차원에서 건실한 스포츠 진흥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종목과 특정 선수에 의존한 정책이나 비전문 관료 혹은 스포츠계 인사만으로 설계된 시책은 합리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갈등이 그러한 경우다.

흔히 엘리트 스포츠보다 생활체육의 활성화를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두 영역은 대립이 아닌 공존의 관계다. 원활한 소통에 의해 스포츠의 참가치가 구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프로 스포츠도 그 근간이 학교 스포츠임을 인지하여 그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후원에 힘을 쏟아야 '윈윈'의 성과로 승화된다. 스포츠 중흥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안목과 진취적인 변혁은 이 시대 우리의 소명이자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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