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분양 무덤된 대구, 곳곳에서 할인분양 놓고 갈등

'최대 9천만원 할인' 조건 내걸자 기존 입주자 '부글부글'
대구 미분양 1만가구로 전국 1위… 빠른 완판하려 '고육책'
분양가 할인 소급적용하는 '안심분양제' 도입 제안도

21일 오후 대구 동구 율암동 한 아파트단지에 '할인분양'을 반대한다는 기존 수분양자들이 사업시행사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유진 수습기자
21일 오후 대구 동구 율암동 한 아파트단지에 '할인분양'을 반대한다는 기존 수분양자들이 사업시행사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유진 수습기자

지난해 연말 기준 전국최대인 1만245가구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으로 극심한 부동산 침체를 겪고 있는 대구에서 '할인분양'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소모적 갈등을 피하려면 관련 지침이나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할인분양 논란이 거센 곳은 대구 동구 율암동 안심뉴타운 부지에 들어선 '호반써밋 이스텔라' 아파트다. 2021년 3월 최초분양 후 약 3년 만에 최대 9천만원 이상 할인분양에 나서면서 기존 수분양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이곳 아파트 단지 출입구에는 분양가를 깎아준 건설사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기존 입주민들은 항의의 표시로 각 세대 발코니에도 '할인분양 결사반대 입주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4개동 315가구 규모의 이곳 아파트단지는 호반그룹 계열사들이 시행과 시공을 맡은 곳이다. 지난해 초 입주가 시작됐는데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지난 1월 중순부터 이달초까지 할인분양에 나섰다. 이달초부터는 기존 입주민 반발에 따라 할인분양이 잠정 중단됐다.

이곳 분양대행사에 따르면 시행사 측은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고자 분양가의 85%를 5년 뒤에 납부하는 '5년 잔금유예' 혜택을 내걸었다. 또 잔금유예를 하지 않으면 7천만원에서 최대 9천300만원을 일시에 할인받을 수 있는 선납할인 혜택도 제시했다. 이렇게 할인분양 계약을 한 가구는 20가구 정도로 알려졌다.

기존 수분양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할인 분양을 받은 신규 입주민들의 입주를 막겠다는 취지로 '엘리베이터 사용료 50배 부과, 주차요금 50배 적용' 등 엄포를 놓고 있다. 지난 18일 할인 분양을 받은 입주민의 이삿날에는 기존 입주민들이 나서 언성을 높이는 등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21일 오후 대구 동구 율암동 한 아파트단지에 '할인분양'을 반대한다는 기존 수분양자들이 사업시행사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유진 수습기자
21일 오후 대구 동구 율암동 한 아파트단지에 '할인분양'을 반대한다는 기존 수분양자들이 사업시행사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유진 수습기자

비슷한 상황에서 기존 수분양자와 갈등을 빚는 단지는 이곳 뿐이 아니다. 대구 중구의 대봉동에 들어서는 561가구 규모의 '대봉 서한이다음' 역시 지난해까지 2천만원, 올해 들어서는 5천만원의 '페이백' 방식의 할인분양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존 수분양자들이 반발 중이다. 동구 효목동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 역시 중도금 무이자 및 4천만원의 계약축하금 혜택을 내걸고 있다.

앞서 수성구 만촌자이르네, 서구 두류스타힐스, 달서구 두류역 서한이다음 등도 많게는 25%의 분양가 할인 및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을 내세우며 분양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기존 입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건설사가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마련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대구가 '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라 할인분양 갈등은 비일비재하다"며 "지자체가 분양승인 조건으로 할인분양 시 기존 분양자에게도 이를 소급적용하는 '안심보장제'를 권유하는 방법도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성진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할인 분양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기존 수분양자 요구사항을 수렴할 수 있는 협의 절차를 유도하는 지침 정도는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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