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박수부대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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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프랑스의 오페라 공연에서 돈을 받고 박수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박수부대를 의미하는 클라크(claque)로 불렸다. 그 기원은 19세기의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찾을 수 있는데, 당시 오페라하우스에 온 일반인의 눈에는 모든 관객이 그냥 오페라에 온 사람들로 보였겠지만 객석 앞줄에서 격렬하게 박수하며 "앙코르, 앙코르"를 외친 관객들은 오페라 하우스가 고용한 사람들이었다. 공연의 성공을 예측할 수 없던 상황에서, 오페라하우스의 감독들은 변덕스러운 관객들의 취향보다는 고용된 박수부대에 의지해 호평을 유도한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가장 뛰어난 박수꾼이며 가히 박수부대의 장군이라 불릴만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오귀스트 르바쇠르다. 그는 박수부대를 만들어 활동하는 대가로 현금이나 대량의 공연 입장권을 받았으며, 받은 입장권을 기부하기도 하고, 때로는 팔아서 상당한 이익을 취했다고도 한다. 르바르쇠의 박수부대는 다른 관객들보다 일찍 입장해 오페라하우스 객석 여러 곳에 펼쳐 앉아 박수할 때, 환호할 때, 울 때를 알려주는 그의 신호에 집중했다.

공연 내내 박수부대를 일사불란하게 이끄는 그의 지도력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그는 항상 전쟁에 임하는 장군처럼 공연 전에 대본을 상세하게 검토하고서는, 어떤 순간에 어떻게 박수부대가 공연을 도와야 하는지를 감독과 상의했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 오페라계에서 박수를 거래하는 악마와 같은 존재이기도 했지만,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공리주의적 직업인으로 오페라 제작자에게는 소중한 조력자이기도 했다.

나중에 이 박수부대 서비스에 가격체계가 도입됐는데, 얌전한 박수에는 몇 프랑, 열광적인 박수에는 몇 프랑, 경쟁자에 대한 야유에는 몇 프랑 등이었다. 그리고 박수부대의 역할도 분류했는데, 재미있는 부분에서 큰 소리로 웃는 역할, 슬픈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역할(대개는 여성), 그리고 악보나 대본을 외우고 공연의 가장 좋은 부분이 다가옴을 경고하는 역할, 공연이 좋다고 관객들을 부추기는 역할, 앙코르를 외치며 한번 더해달라는 역할 등이었다.

애초 박수부대의 역할은 공연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었지만, 그 반대의 역할도 했다. 1831년에서 1835년 사이에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감독이었던 루이 베롱은 발레리나인 듀버네이의 어머니가 너무 오만하게 굴자, 그녀에게 자신의 처지를 깨닫도록 박수부대를 동원했다. 그는 박수부대의 리더에게 듀버네이의 공연에서 아무도 박수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한발로 빠르게 회전하는 피루엣을 멋지게 마친 듀버네이가 박수갈채를 예상하며 우아한 미소를 지었지만, 공연장에는 깊은 침묵만 흘렀다. 그녀의 어머니는 격분했지만, 자신의 위치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다 보니 많은 오페라 가수나 무용수가 무대 위로 던져지는 꽃다발의 수를 늘리고 "앙코르"라는 외침을 더 들으려고 르바쇠르에게 주는 돈의 액수를 높였다.

프랑스 외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는데, 특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빈 국립 오페라의 박수부대였다. 하지만, 1897년에 빈 국립 오페라의 감독이 된 말러가 박수부대의 활동을 중단시킨 이후부터 이 전통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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