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남구의 야심찬 '1천500억원' 인구 위기 대응책, 실효성에는 의구심

신혼부부 주택이자 지원 내놨지만…수요인구 파악조차 없어
기초지자체 중 최하위권 재정자립도에 선심성 지원 논란
전문가 "구체적 설계 아닌 방향성 설정 정도로만 보여"

26일 대구 남구청에서 열린 인구정책 특별계획 기자 간담회에서 조재구 남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26일 대구 남구청에서 열린 인구정책 특별계획 기자 간담회에서 조재구 남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대구 남구청이 향후 10년 간 1천500억원을 투입해 정주 인구 2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빛 좋은 개살구'란 비판이 나온다. 정책수혜 대상에 대한 사전 조사나 구체적인 설계가 없고 낮은 재정자립도에도 선심성 지원책만 가득하다는 지적이다.

남구청은 26일 기초지자체 최초로 '인구정책국'을 신설하고 10년 간 1천500억원을 투입하는 무지개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결혼과 주거 등 7개분야에서 선정된 21개 과제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신혼부부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지역 대학과의 협력체 구성 ▷지역 맞춤형 결혼출산보육 통합지원센터 조성 ▷앞산 문화관광 일자리 플랫폼 구축 등이 골자다.

문제는 이들 사업 상당수가 사업 수혜 대상이나 기대효과에 대한 사전 조사 등이 미흡한 상태에서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된 정책 중에서도 핵심은 신혼부부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이 꼽힌다. 한자녀 가구에는 주택대출 이자를 월 25만원까지, 두자녀 이상부터는 월 50만원까지 지원하며, 연간 100억원씩 10년 동안 최대 1천억원의 재원을 여기 투입한다는 게 남구청의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했다. 연간 100억원의 재원이면 출생아 기준 4만명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작 2022년 대구의 출생아수는 1만134명에 그쳤기에, 산술적으로 4년 간 대구에서 태어나는 모든 가정에 대한 지원이 가능한 수준이다.

정작 정책을 발표한 남구청은 이 사업의 수혜대상인 지역 내 한자녀와 두자녀 신혼부부에 대한 기초적인 인구 및 수요 선행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혜대상 가구의 아동 연령대 역시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20억여원을 투입해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 해 취업 및 창업공간으로 만드는 계획, 앞산 문화관광 일자리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정책 역시 구체성이 떨어진다거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예산마련 방안을 놓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남구는 그간 적립해온 통합안정화기금 1천억원과 정부로부터 배분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500억원을 더해 10년간 1천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작 남구는 최근 수년 동안 재정자립도가 10%를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대구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서도 가장 낮아 다른 현안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인구정책 전문가는 "미래 인구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떤 정책이든 수혜대상이나 필요 예산 등 기본적인 파악이 선행되는 것이 상식이다"라며 "이번 발표는 구체적인 설계가 수반된 실질적인 정책이라기보다는 방향성 설정 정도로 보인다.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발표에 앞서 확실한 선행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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