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볼티모어 다리 충돌 전 선박 조난신호, 대형참사 막았다

당국자들, 즉각 교통통제·대피작업…주지사 "영웅들"
"빠른 속도로 충돌…다리 위 작업하던 인부들은 대피 못해"

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무너져 있다. 이 사고로 미국 최대 자동차 수출입항인 볼티모어항이 잠정 폐쇄됐다.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무너져 있다. 이 사고로 미국 최대 자동차 수출입항인 볼티모어항이 잠정 폐쇄됐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 입구에 있는 대형 교량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길이 2.6㎞)'가 컨테이너선박과의 충돌로 붕괴됐다. 다리는 대형 선박이 교각에 부딪히면서 20여초 만에 폭삭 주저앉았다.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해 2명은 구조되고 6명은 실종 상태다.

◆충돌 전 선박 조난신호, 대형참사 막아

다리 붕괴 직전 선박의 조난 신고로 교량 교통이 통제되고 대피 조치가 이뤄지면서 대형 참사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교량과 충돌하기 전에 조난 신호를 보냈고 이에 당국자들이 교량 양쪽에서 통행을 차단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려 할 수 있었다고 복수의 당국자들이 전했다.

크리스 밴홀런(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은 조난 신호가 당국자들이 교량의 일부 통행을 막을 충분한 시간을 줬다면서 이에 따라 붕괴 당시 교량을 건너는 차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선박은 볼티모어항을 출발한 뒤 추진력과 동력을 상실했고 표류해 교량과 충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다리 위에는 포트홀(도로 파임) 작업을 하던 8명의 인부가 있었다.

사고 선박이 빠른 속도로 다리와 충돌해 조난 신호를 받은 뒤 차량 통행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 미국 볼티모어 대형교량 선박 충돌 후 붕괴 (AFP=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 입구에 있는 2.6㎞ 길이의 대규모 교량이 26일 새벽(현지시간) 대형 컨테이너선박과의 충돌로 붕괴했다.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미국 볼티모어 대형교량 선박 충돌 후 붕괴 (AFP=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 입구에 있는 2.6㎞ 길이의 대규모 교량이 26일 새벽(현지시간) 대형 컨테이너선박과의 충돌로 붕괴했다.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다리 충돌 선박, 작년 검사서 시스템 결함 발견

미국 볼티모어 항구 입구에 있는 교량을 들이받은 대형 컨테이너선이 지난해 받은 선박 검사에서 결함이 발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이날 사고를 낸 싱가포르 선적의 컨테이너선 '달리'호는 지난해 6월 칠레 산안토니오 항구에서 실시된 검사에서 시스템 결함이 확인됐다

당시 검사관들은 '추진 및 보조기계'와 관련된 것으로 분류되는 문제를 발견했다. 추진과 보조기계는 선박 엔진 작동 및 운항과 관련이 있다. 달리호는 이날 교량과 충돌하기 전에 동력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동력 문제가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해양항만청(MPA)은 달리호가 충돌 직전에 순간적으로 추진력을 상실했다는 보고를 달리호 운용사인 시너지머린 그룹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MPA는 "그 결과 선박이 방향을 유지하지 못하고 교량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달리호는 8년 전 벨기에의 한 항구에서도 구조적인 문제로 충돌 사고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티모어항은 美 최대 자동차 수출입 관문

볼티모어항은 미국 동부의 주요 수출입항으로 대서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주요 관문이다.

메릴랜드주 홈페이지에 따르면 볼티모어항은 작년 한 해에만 5천200만t의 국제 화물을 처리했다. 이는 미국 항구 중 9번째로 많다. 금액으로 따지면 800억달러(약 107조원) 상당이다.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폐지, 고철, 자동차를 주로 수출하고 자동차, 소금, 제지, 석고, 합판 등을 주로 수입했다.

작년에 자동차와 소형트럭 84만7천여대를 취급했는데 이는 13년 연속으로 미국 그 어느 항구보다 많은 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티모어항을 이용하는 자동차 업체는 닛산,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폭스바겐 등이다.

이번 사고는 미국내 자동차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기아는 볼티모어 항구를 통한 차량 운송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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