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문화 가정은 늘어나는데 10년 동안 방문교육지도사 처우 그대로…"개선 필요해"

대구에선 중구 제외 8개 구·군서 가족센터 위탁 운영, 방문교육지도사 70명 고용
임금 10년 동결에 이어, 주휴수당 지급 후 시급 줄어…올해 월 147만원 수준
"지자체에서 교통비 보전 등 처우 개선 대책 마련해야"

지난 4일 경주 흥무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원아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흥무초는 경북도에서 외국인 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258명에 이른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4일 경주 흥무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원아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흥무초는 경북도에서 외국인 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258명에 이른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보람으로 시작한 일인데, 요즘엔 자존감이 바닥을 쳐요."

대구 한 가족센터의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지도사 A(52)씨는 2013년부터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교직 이수 후 교원 자격증을 취득해 요건을 갖춘 A씨는 전문 인력이란 자부심을 갖고 입사해 이민자들의 한국어와 자녀 교육 등을 도맡았다. A씨는 10년 동안 50여명이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는 것을 지켜봤다며 뿌듯해 했다.

하지만 A씨는 언제부턴가 보람보다 자괴감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A씨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땐 나름대로 전문성을 인정받는다고 느꼈지만, 오랜 기간 임금이 동결돼 지금은 최저시급과 큰 차이가 없다"며 "이젠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에선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져 의욕도 점점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국 다문화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교육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방문교육지도사의 처우는 10년이 넘도록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주민들의 한국 생활을 돕는 일이 점차 중요해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지원 사업은 2006년부터 시작됐으며, 이 중 방문교육 사업은 지리적 여건 등으로 센터 이용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에 방문해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대구에는 중구를 제외한 8개 구·군에서 가족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기준 70명의 방문교육지도사가 고용돼 있다.

방문교육지도사의 처우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업 시작 후 10년이 지나도록 임금이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저시급이 2006년 3천100원에서 2017년 6천470원으로 2배 이상 오르는 동안, 방문교육지도사의 시급은 내내 1만2천500원에 머물렀다.

2018년 이후 시급이 오르기 시작했지만 2021년부터 주휴수당이 따로 지급되면서 시급은 일부 삭감됐다. 올해 방문교육지도사의 시급은 1만2천440원으로 10년 전보다 60원 줄었고, 대신 주휴수당이 시간 당 2천490원 추가로 지급된다. 주 16시간 근무 기준 월급은 평균 122만원 수준이다.

방문교육지도사들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예산을 증액해 노동 시간을 늘리고 전업이 가능한 수준의 월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당장 어렵다며 지자체에서라도 교통비 등을 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5년 동안 방문교육지도사로 일한 B(56)씨는 "한 가정 방문 당 교통비 3천500원 지원은 한 달 유류비 15~20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부산 남구, 경남 창원 등 다른 지자체에서 직영 센터를 운영하며 고용 안정 보장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대구에서도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