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포스코 장인화호, 상생경영 바란다

김병구 논설위원
김병구 논설위원

포스코그룹 장인화호(號)가 본격 출범하면서 무엇보다 지역 상생경영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21년 말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라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를 둘러싸고 2년 이상 포항 지역과 갈등의 골이 깊어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본사 소재지를 서울에서 포항으로 이전하고 그해 4월 포항에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문을 열었지만, 포스코가 포항 본원은 빈 건물을 리모델링한 반면 경기도 성남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분원 설치를 추진해 온 데 대해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최정우 전 회장의 경우 '포스코는 더 이상 국민 기업이 아니다'면서 포항 지역 설비투자에 소홀하고 포항시와 지역민들을 도외시해 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포스코와 포항과의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이런 점에서 신임 장인화 회장의 지역 친화적이고 적극적인 행보가 지역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장 회장은 취임식을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었던 기존 관행과 달리 포항에서 가지면서 지역 상생과 소통을 위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달 21일 주주총회 의결 이후 포항 본사에서 곧바로 취임식을 가진 뒤 외부 공식 첫 일정으로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포항시의회 의장, 포항상의 회장 등과 만찬을 가지면서 덕담을 나눈 것이다.

취임식 장소와 단체장과의 만남만으로 상생경영이라고 부르기엔 섣부르지만, 상징적인 첫 신호탄으로 볼 수는 있겠다. 장 회장이 취임 다음 날인 22일 포항 냉천 범람 당시 피해가 컸던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을 찾아 100일간의 현장경영에 돌입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포스코와 포항시가 그동안의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관계 변화와 함께 구체적인 상생 방안이 뒤따라야 하겠다.

우선 2018년 포항시 등과의 상생협력 양해각서의 성실한 이행이 요구된다. 여기에다 포항 지역 숙원인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및 스마트병원 설립에 대한 포스코의 역할이 절실하다. 포스텍 의대는 의학과 공학의 융합을 통한 기술혁신으로 바이오 의료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해 포항이 첨단산업 도시로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 영일만을 메워 조성하는 수소환원제철소 건립도 시와 지역민의 지원과 협력이 동반돼야 하는 주요 상생협력 사업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포스코는 최근 탄소 배출 등 기후 대책 마련 미비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20%포인트 이상 급감하기도 했다. 이 기후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소로 탈바꿈시키는 로드맵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포스코 본사 신사옥 건립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만한 사업으로 꼽힌다. 포스코 그룹의 연구와 기술을 집약하고 시민들도 함께해 포항의 랜드마크로 삼을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주요 상생협력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포항시와 지역민들의 지원과 협력, 성원은 필수적인 요소다. 포항시는 법 제도가 허용하는 한도 안에서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 지역민과 시민 단체도 포스코에 대한 무리한 요구나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서로 화합하면서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포스코의 상생경영이야말로 포스코와 포항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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