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터뷰] 1800만뷰 춤꾼 효르 “랜덤 플레이 댄스 같은 인생!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찹니다”

불특정 다수와 춤 처음엔 '삐거덕'…몇 분만 지나면 그룹처럼 '칼군무'
5∼6세 때 이효리 춤 많이 따라 해…내가 주인공인 삶, 교사 대신 선택

무작위로 나오는 노래. 그리고 자발적으로 나와 리듬에 몸을 맡기는 대중. '랜덤 플레이 댄스'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리고 수 많은 대중 사이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남성. 임효석(활동명 효르) 씨는 대구 랜덤 플레이 댄스 간판스타로 불린다.
무작위로 나오는 노래. 그리고 자발적으로 나와 리듬에 몸을 맡기는 대중. '랜덤 플레이 댄스'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리고 수 많은 대중 사이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남성. 임효석(활동명 효르) 씨는 대구 랜덤 플레이 댄스 간판스타로 불린다.

무작위로 나오는 노래에 맞춰 사람들이 너도나도 춤을 춘다. 누가 가르치거나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자발적으로 나와 리듬에 몸을 맡길 뿐. 경연이 아니기에 승자도 패자도 없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어느새 춤으로 하나가 됐다.

"랜덤 플레이 댄스를 하는 이유요? 정해진 게 없다는 게 우리 인생 같기도 하거든요" 대구 랜덤 플레이 댄스 간판스타로 불리는 임효석(활동명 효르) 씨가 말한다. "아, 경쟁이 없다는 것도 좋았어요. 태어나서부터 경쟁 속에 살아온 우리니깐요"

-동성로 한복판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다니. 마치 하나의 그룹같다. 랜덤플레이댄스가 뭔가.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방금 보신 대로 랜덤플레이댄스는 무작위로 재생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댄스의 한 장르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영상들도 많다. 혹시 외국인들이 K-POP 노래에 맞춰 떼로 춤을 추는 것을 본 적이 있나?

-있다. 하지만 사전에 다 맞춰보고 찍은 영상인 줄 알았다.

▶아니다. 말 그대로 '랜덤'이다. K-POP 댄스는 안무가 다 있지 않는가. 그래서 이것들을 외우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를 하는 편인데, 춤을 잘 추든 못 추든 누구나 나올 수 있다. 광장에 노래가 틀어지고, 자신이 아는 춤이 있다면 나와서 춤을 추면된다. 그러다 보니 불특정 다수와 춤을 춘다. 처음에는 조금 삐거덕 대다가도 몇 분만 지나면 오래된 그룹처럼 '칼군무'가 나온다. 랜덤 플레이 댄스의 묘미가 바로 그것인 것 같다.

-효르님의 랜덤플레이 영상이 특히 인기가 많더라. 1800만뷰도 있던데 연예인급 인기 아닌가. 대구는 물론 전국구 스타더라.

▶(웃음). 과찬이시다. 랜덤플레이 하는 것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는데 그게 '빵' 터져버렸다. 내가 즐겁게 추는 춤을 남들도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올린 영상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아질 줄 몰랐다.

동성로 광장에서 춤을 추고 있는 임효석(활동명 효르) 씨. 경연이 아니기에 승자도 패자도 없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어느새 춤으로 하나가 됐다.
동성로 광장에서 춤을 추고 있는 임효석(활동명 효르) 씨. 경연이 아니기에 승자도 패자도 없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어느새 춤으로 하나가 됐다.

-춤은 언제부터 춘 것인가. 많은 장르 중,왜 하필 랜덤플레이 댄스였나.

▶랜덤 플레이 댄스는 꼭 춤을 잘 춰야만 참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도 없다. 함께 추고 즐기면 그게 다다. 나는 춤을 좋아하는 것이지 춤으로 1등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서로서로 승자라고 생각하는 장르가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춤을 시작한 건 5~6살 때 였던것 같다. 당시 이효리 춤을 많이 따라 췄다.

-안 그래도 효르님의 주특기가 걸그룹 댄스더라. 남자가 여자춤을 춘다는 데에 이해를 못 하는 의견도 있을 것 같다.

▶남자 춤, 여자 춤 따로 있는게 아니라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 그 춤이 어울리느냐 안 어울리느냐가 중요한 것 아닐까. 표현하고자 하는 춤선과 골격 체격이 다른 것처럼, 그 사람에게 맞는 춤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맞는 춤은 과격한 춤 보다는 선이 드러나는 춤이었을 뿐이다. 또한 내가 즐겨 듣는 노래들이 걸그룹이었기에 자연스레 걸그룹 댄스를 접하게 된 것 같다. 여러 장르 중 하나를 자주 출 뿐이다. 물론 나도 남자춤을 춘다.

-그러고보니 나는 노래방에 가면 남자 노래를 자주 부른다. 남자가 불러야 할 노래, 여자가 불러야 할 노래가 따로 없는 것 처럼 춤도 그렇겠다. 그렇다면 걸그룹 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뭔가.

▶춤 실력도 중요하지만 표정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브의 LOVE DIVE가 뜰 수 있었던 것은 장원영 표정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나를 보고) 걸그룹 댄스를 잘 한다고 해주시는 이유 중에 하나도 표정 연기를 잘해서 인 것 같다. 리액션 좋은 내 성격도 한 몫 했다.

-사람 많은 곳에서 춤을 추다보면 돌발상황은 없나. 사실 춤을 잘 추면 돈 받고 공연을 하거나, 단독으로 거리 공연을 해도 되지 않나.

▶랜덤 플레이 댄스가 무질서해 보여도 그 안에 다 선이 있다. 안무를 알고, 또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그 선을 지키며 춤을 춘다. 하지만 외부적 요인으로 돌발상황은 항상 생긴다. 예를 들면 랜덤 플레이 댄스가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학생과 함께 오는 부모님들도 많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아이들 영상을 찍으려고 춤을 추는 동선으로 들어온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몸이 부딪힐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대중들이 좋아해 주니 광장에 나가 춤 추는 걸 즐긴다. 팬이라고 다가와주는 분들에게 자주 내 춤을 보여주고 싶다.

임효석(활동명 효르) 씨의 주종목은 걸그룹 댄스다. 걸그룹 댄스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표정'.
임효석(활동명 효르) 씨의 주종목은 걸그룹 댄스다. 걸그룹 댄스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표정'.
임효석(활동명 효르) 씨의 주종목은 걸그룹 댄스다. 걸그룹 댄스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표정'.
임효석(활동명 효르) 씨의 주종목은 걸그룹 댄스다. 걸그룹 댄스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표정'.

-본인의 인생과 랜덤플레이댄스가 비슷하다고 하던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

▶사실 나는 교사가 되려고 경북대 사범대에 들어갔고, 그렇게 내 인생이 지나갈 줄 알았다. 하지만 춤을 추고 싶은 열망이 너무 큰 나머지 교사의 꿈은 잠시 접고 이렇게 살아가는 중이다. 내 영상 중에 조회 수가 많은 것도 교생실습 나갔던 당시 춤을 췄던 것이다. 내 인생이야말로 랜덤 플레이다.

-해당 영상을 인상 깊게 봤다. 체육대회였던 것 같은데, 운동장에서 춤을 추시더라. 교사의 꿈이 아깝지는 않은가

▶교사만큼이나 춤에 대한 꿈도 강하다. 물론 누군가는 교사를 업으로 하고 취미로 춤을 추면 되지라고 말 한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을 위해 서포트 해줘야 하는 사람이 아닌가. 나는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주인공인 삶. 멋진 말이다. 춤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뭔가.

▶예전과 다르게 춤으로 뻗어갈 수 있는 진로가 많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교사라고 공부 가르치는 교사만 있는가. 댄스 교사도 있다.

-이런 고민들을 갖고 KBS '물어보살'에 출연한건가. 방송 재밌게 봤다

▶사실 물어보살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하지만 나도 고민을 갖고 있던 터라 이때다 싶어 출연을 했다. 재작년 방송이었는데, 당시엔 사범대 예비 졸업생 신분이었다. 춤과 교사 둘 중에 어느길로 가야할지 보살님들께 물어봤었다.

-(해당 프로그램 MC) 이수근&서장훈 보살이 해답을 좀 주더나

▶처음에는 "좋은 직업을 두고 웬 춤이냐"라는 반응이셨지만 걸그룹 춤을 추고 나니 서장훈 보살 표정이 확 밝아지더라. 당시 이수근 보살은 우선 교사가 된 후에 교내 댄스 동아리를 만드는 게 어떠냐는 조언도 주셨다.

교생실습 중 열린 체육대회에서 춤 솜씨를 뽐내고 있는 임효석 씨. 효르 SNS 캡쳐
교생실습 중 열린 체육대회에서 춤 솜씨를 뽐내고 있는 임효석 씨. 효르 SNS 캡쳐

-주제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나는 조금 다른 해답을 주고 싶다. 댄스 교사로 꿈을 전향하더라도, 사범대에서 배웠던 것들은 분명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

▶물어보살을 찾아가기 전에 기자님을 먼저 찾아올 걸 그랬다. (하하) 꿈을 틀었지만 내가 배웠던 것들이 다 연관이 돼 있더라. 예를 들어 사범대 교육을 들어왔던 터라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방법을 잘 안다. 교육봉사활동이나 실습 때 배워왔던 그 노하우들이 이 업계에서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랜덤 플레이 댄스도 그렇지만, 효르님 SNS를 보면 대구 홍보대사 같기도 하더라. 대구 명소들을 찾아 그에 맞는 춤을 추는 게 인상깊었다. 그 장소에 가고 싶은 마음도 들더라

▶고맙다. 실제로 지역 여러 장소를 찾아 춤을 추고 있다. 구미에서 태어났고 대학시절을 대구에서 보내기도 했기에 대구경북에 대한 애착이 깊다. 그래서 대구경북 여러 장소에 대한 홍보를 춤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든 내 춤 실력을 이용하시려면 연락 달라 (하하)

인터뷰가 끝나고 다시 찾은 광장. 이제야 춤을 추는 이들의 환한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못 춰도 돼! 틀려도 좋아! 경쟁도 없어! 어쩌면 우리가 바래왔던 사회의 모습과도 같다.

"랜덤 플레이 댄스는 끝나고 나면 우는 사람도, 화 내는 사람도 없어요. 신기하죠? 저도 이렇게 살아가고 싶네요. 랜덤 플레이 댄스 같은 인생!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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