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축제 지원 끊기자 발길도 끊겨…이틀간 한산한 안지랑 곱창골목

지원금 3천만원→올해부턴 '0원'…저녁시간 조금 지나자 빈자리가 더 많아
코로나19 거치며 음주지양 사회분위기, 지자체 지원도 끊겨
번영회 주도 축제 첫날 500명 방문 추산, "다음 행사 더 알차게 준비"

'2024 안지랑 막페스티벌'이 열린 9일 대구 남구 안지랑 곱창골목의 한 곱창가게가 손님 없이 비워져있다. 이정훈 기자
'2024 안지랑 막페스티벌'이 열린 9일 대구 남구 안지랑 곱창골목의 한 곱창가게가 손님 없이 비워져있다. 이정훈 기자

"축제 한다더니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

지난 17일 오후 9시 대구 남구 안지랑곱창골목, 곱창과 함께 음주를 즐기는 손님들로 붐벼야 할 이곳에는 가게마다 빈자리가 더 많아 보였다. 골목에 들어선 한 장년층 남성은 의아하다는 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안지랑곱창골목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이후 음주를 지양하는 사회 분위기가 뚜렷해진 가운데 관의 지원을 통해 열던 축제마저 중단되면서 상인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안지랑곱창골목 상가번영회는 침체된 상권 부흥을 위해 지난 17일부터 이틀 동안 '2024 안지랑 막페스티벌'을 처음으로 열었다.

축제 첫날 저녁시간대, 골목 초입에서는 플리마켓 상인들의 호객 소리가 들려왔고, 공연을 준비하는 악단의 악기소리도 흥겹게 들려왔다. 퇴근한 직장인들과 대학생은 일찌감치 가게에 자리를 잡고 막창을 굽고 있었다.

그러나 식사시간이 조금 지나자 빈 자리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오후 9시가 지나자 손님이 전혀 없이 주인 혼자 앉아 있는 가게도 보였다. 대형 점포도 빈 자리가 훨씬 많았다. 한 점주는 "평소에 '공치는 날'도 많은데, 오늘은 그래도 축제 덕분에 평일 치고 손님들이 좀 왔다"라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대구 안지랑곱창골목은 대구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테마거리로, 호황기에는 이곳에 있던 곱·막창 식당만 50여곳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 간 경기침체, 그리고 음주를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코로나19 이후부터 현재까지 최소 8개 점포가 폐점, 현재는 34곳만 남았다. 남은 점포 중에서도 업종 변경을 모색하거나, 아예 부동산에 가게는 내놓은 경우가 많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지자체의 지원마저 축소된 것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남구청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지역 상인, 영남이공대와 함께하는 행사인 '안지랑곱창골목 상생축제'를 지원한 바 있다.

구청은 행사마다 약 3천만원을 지원했으나, 교통통제와 인근 주민들의 불편 민원 등이 접수되면서 올해부터는 지원을 끊기로 했다. 상가번영회는 기존 행사대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자체 경비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상인들이 단독으로 행사를 주최함에 따라 부속행사도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에는 함께 행사를 주최한 영남이공대의 댄스동아리 공연, 남구청 주관 거리패션쇼 등 여러 부속행사도 함께 열리며 더 풍성한 행사를 열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해 집객에 어려움이 컸다는 설명이다.

주최 측은 이번 축제 첫날 방문객을 약 500명 선으로 추산했다. 과거 지자체가 지원에 나선 축제 때마다 방문객이 수천명씩 온 것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

남구청은 당분간은 행사지원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지자체 지원은 사라진 대신 번영회 자율성이 커진 부분도 있다. 다음 행사는 더 다채롭고 알차게 구성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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