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딸에게 별일 없길 바란다면”…학부모가 선생에게 보낸 협박편지

"돈 몇 푼이면 개인정보 알아내고 무언가 하는 거 일도 아냐"
교권보호위, '교육 활동 침해' 해당
노조 "현장 교사 보호 여전히 잘 안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협박성 편지를 받았다. 서울교사노동조합 SNS 캡처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협박성 편지를 받았다. 서울교사노동조합 SNS 캡처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협박성 내용이 포함돼있는 편지를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교육 활동 침해'로 판단하고 형사 고발 등의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그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15일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지난해 7월 한 학부모 B씨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해당 편지는 '딸에게 별일 없길 바란다면 편지는 끝까지 읽는 것이 좋을 겁니다'라는 빨간색으로 쓰여진 문장으로 시작된다.

B씨는 편지에 "요즘 돈 몇 푼이면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무언가를 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덕분에 알게됐다"며 협박성 문구를 연이어 적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자녀 C가 전학 간 학교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예상대로 아이의 문제가 아닌 A씨의 문제라는 것을 정확히 알게 됐다"며 "당신 말에 잠시나마 내 아이를 의심하고 못 믿었던 것이 한없이 미안할 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교실에 잠시나마 머물렀던 12세 아이가 A씨에게 주는 충고"라며 '본인의 감정을 아이들에게 공감하도록 강요하지 마라', '자신의 인권이 중요하다면,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라' 등 6가지 항목을 나열했다. 또 "이 항목은 아이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부모의 개입이 전혀 없었음을 알린다"고 덧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A교사는 지난해 3월부터 B씨와 그의 자녀 C학생에 관해 상담하기 시작했다. A교사는 C학생에게 종합심리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했고, B씨는 사비로라도 검사를 해보겠다고 하는 등 의지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러다 B씨는 체육 수업 도중 A교사가 학생들과 찍은 단체 사진에 C씨가 빠져있다는 이유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B씨는 A교사에게 직접 항의 전화를 걸고, 앞서 상담했던 심리검사를 언급하며 "아이를 정신병자 만든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A교사는 협박성 편지까지 받자 서울시교육청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교권보호위는 지난해 12월 B씨의 행위가 '교육 활동 침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했고, 지난 2월에는 시교육청에 형사고발을 요청했다.

노조는 "A교사는 자녀까지 위해성 협박을 당했지만, 교육청의 학부모 형사 고발 조치는 3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스승의날인 5월 15일은 A교사를 보호하는 날이 돼야 한다"며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5법' 개정 등이 이뤄졌으나, 현장 교사들은 여전히 교육 활동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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