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선진국형 체육 모델로

전창훈 체육부장

전창훈 체육부장
전창훈 체육부장

얼마 전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이 진천선수촌에서 올해 첫 훈련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개월 앞으로 다가온 파리올림픽 본선 무대를 대비한 본격적인 훈련을 알렸다. 이번 여자 핸드볼팀의 행보는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유가 씁쓸하다. 메달 획득이 유력해서가 아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유일한 단체 구기 종목이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은 모두 8개(핸드볼·수구·농구·하키·축구·핸드볼·럭비·배구)다. 이 중 여자 핸드볼만 파리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남자 축구와 야구, 여자 농구, 여자 배구, 여자 핸드볼에 선수단을 보냈던 2020 도쿄올림픽 때와 비교해도 처참한 결과다.

구기 종목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림픽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10-10'(금메달 10개 이상 따내 종합 순위 10위 달성)은 이젠 불가능한 수치가 됐다. 대한체육회가 이번 올림픽에서 잡은 금메달 목표는 5, 6개 남짓이다. 자칫 종합 20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있다. 선수단 규모도 140명대 중·후반으로 확 줄었다. 1978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최소치다.

이런 하향세가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 더욱 착잡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나라 스포츠의 경쟁력은 꾸준히 추락해 왔다. 과거 메달밭이었던 복싱·레슬링·유도 등 투기 종목은 물론이거니와 비교적 선전하던 농구나 배구 등 구기 종목들도 국제 수준과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 마지막 희망이었던 축구마저 탈락하면서 국민들의 충격은 꽤나 크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출산율 급감으로 인한 인구 절벽이다. 학생이 없다 보니 스포츠에서도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대구시체육회 관계자는 "선수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야구나 축구 등 일부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 배구나 농구 등 그나마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에서조차 학생 수 자체를 채우는 게 버겁다는 것이다. 대체로 학부모들이 자녀의 진로를 스포츠로 잡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데다 굳이 운동을 시키더라도 단체나 투기 종목보다 기록이나 신체 접촉이 적은 종목을 선호하는 것도 원인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결국 생활 체육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방안 중 하나로 학교 체육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개편을 들고 있다.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최대한 여러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과정에서 떡잎이 남다른 학생을 발굴하게 되고 그들이 엘리트 선수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최근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의 인터뷰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재일동포로 일본에서 고교 시절 럭비 선수로 활약하는 등 일본의 체육 시스템을 몸소 느꼈다. 최 회장은 "한국은 지금 학교 스포츠가 없다고 봐야 한다. 진정한 학교 스포츠가 되기 위해선 엘리트 선수만이 아닌 모든 일반 학생이 학교에서 체육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1인 1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모든 선진국이 다 그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어릴 때부터 엘리트로 키우려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초등학교 1, 2학년 교육과정에 체육을 단독 교과로 편성하는 방안을 최종 의결했다. 작지만, 변화의 시작이다. 이제 국가 차원의 중장기 플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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