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 선언…성과급 불만·노조원 3배 급증

韓노총 가입 제4노조 전삼노…연말부터 조합원 대거 합류
직원의 22% 달해 파업 주도…노사 올 임금협상 교섭 이견
"즉각 총파업 대신 연차 소진"…상황 지켜보며 단체행동 방침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삼성전자 창립 이후 첫 파업 선언이 나왔다. 이는 삼성이 2020년 '무노조 경영'을 공식적으로 폐기하면서 노조 활동이 활발해진 영향이다.

현재 삼성전자에서 활동하는 노조만 5곳으로, 이번 파업 선언은 사내 최대 규모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서 나왔다. 최근 실적 악화로 성과급을 둘러싼 불만이 커진 반도체 직원들이 전삼노에 대거 합류, 이번 파업을 주도했다.

◆무노조에서 다수 노조로

지난 2018년 3월 삼성전자가 설립된 지 49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삼성전자사무직노조·1노조)가 탄생했다. 삼성전자 한국총괄 소속 영업직 직원 2명은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으며 고용부가 이를 수리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삼성전자구미노조(2노조)가, 9월에는 3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가 연이어 출범했다.

삼성은 2018년 당시만 해도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건 2019년 이후였다. 삼성에서 '노조 와해 공작'이 실제 있었다는 사법부 판단이 나오고, 이에 삼성이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 폐지까지 선언했다.

당시 이 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무노조 경영 폐지와 맞물려 삼성전자 노조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2019년 11월 출범한 제4노조 '전삼노'다.

앞서 3개 노조가 소규모 활동에 그친 반면 전삼노는 전국 규모 상급 단체(한국노총)에 가입한 최초의 삼성전자 노조로, 출범 5개월 만에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등 조합원 수를 늘리며 적극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후 2023년 1월에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인력을 중심으로 제5노조인 삼성전자 DX노조도 출범했다.

◆파업 주도한 '전삼노'

삼성전자에서 최대 규모인 전삼노 조합원 수는 지난해 연말 이전 기준 9천 명 정도로 전체 직원의 7%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중심으로 성과급 불만이 커지면서 조합원 수가 가파르게 늘었다.

성과급 예상 지급률이 공지된 지난해 12월 말 처음으로 1만 명을 돌파한 이후 이달 기준 2만8천여 명까지 급증했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천 명)의 22% 정도다.

성과급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월부터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삼성전자에서 1969년 창사 이후 파업이 벌어진 전례는 없었다. 이번 교섭에서도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29일 첫 파업 선언이 현실화했다.

전삼노는 이날 "사측이 교섭에 아무런 안건도 준비하지 않고 나왔다"며 "즉각적인 총파업에 나서는 대신 연차 소진 등의 방식으로 단체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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