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선엽 지휘부대 소속 김희정 중위님, 목숨과 바꾼 땅에서 기른 농산물을 보냅니다" [영상]

경북 칠곡군 응추리 주민들…‘마을 지키다’ 전사한 장병 유가족에게 농산물 보내 ‘감동’

칠곡군 가산면 응추리 마을 주민들과 김재욱 칠곡군수가 20일 고 김희정 중위 유가족에게 보낼 농산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칠곡군 가산면 응추리 마을 주민들과 김재욱 칠곡군수가 20일 고 김희정 중위 유가족에게 보낼 농산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당신이 목숨과 바꾼 생명 같은 땅에서 자란 농산물을 보냅니다."

6·25 전쟁 당시 마을을 지키다 전사하고 70여 년 만에 유해가 발굴된 국군 장병을 위해 20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응추리 마을 주민들이 장병 유가족에게 지역에서 키운 농산물을 보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칠곡군 가산면 응추리 마을은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다부동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이날 응추리 주민들은 자신들이 직접 재배한 고사리, 참기름, 마늘, 쌀, 감자 등의 농산물을 고(故) 김희정 육군 중위의 유가족에게 택배를 보냈다.

마을을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김 중위의 안타까운 희생을 기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김 중위는 백선엽 장군이 지휘했던 육군 제1사단 15연대 소속으로, 장교로 임관하고 보름 만에 가산면 응추리 야산에서 전사했다.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2022년 9월 김 중위의 유해를 찾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지난달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이달 19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이종록 응추리 이장이 마을 앞산에서 전사한 김 중위의 안타까운 사연을 주민들에게 전하며 고인을 추모하자고 제안했다.

이장과 주민들은 논의 끝에 간소한 추모식을 열고 김 중위가 목숨과 바꾼 생명 같은 땅에서 자란 농산물을 대구에 살고 있는 김 중위 유가족에게 보내기로 했다.

이장, 박정섭 마을반장, 홍성화 새마을지도자와 주민들까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마련해 추모식이 열리는 마을회관 앞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김재욱 칠곡군수도 참석해 주민들을 격려하며 '잊지 않겠습니다'란 손팻말을 들고 고인의 희생과 헌신을 기렸다.

또한 칠곡군 천재어린이집 원생들은 고사리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주민들은 행사가 열린 마을회관 앞에 '고인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쓴 두 개의 현수막을 내걸고 정성 들여 키운 농산물과 편지를 포장했다.

이종록 이장은 "고인의 희생이 씨앗이 되어 풍성하게 자라난 농작물이 유가족에게 전달되어 조금이나마 감사와 추모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며 "6월만이라도 주민들과 함께 고인을 비롯한 모든 참전용사를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욱 군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호국평화의 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들답게 뜻 깊은 일을 했다"면서 "앞으로도 이 땅을 지키다 희생된 수많은 호국영령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보내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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