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유튜브에서 '가족사진'이라는 노래를 우연히 들었다. 철이 없는 아들이 외로운 어느 날 꺼내 본 사진 속에 있는 아빠의 인생을 이야기한 노래이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무조건 희생한 아버지의 인생 무게를 잘 표현하였다. 사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찍은 가족사진이 거의 없다. 그러나 유일하게 보관하고 있는 어느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담겨져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 아버지의 기억이 한편의 영화 장면처럼 또렷하게 전부 다시 재생된다.
어릴적 아버지는 항상 어머니에게 쩔쩔매셨다. 물론 아버지는 애처가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항상 친절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버지의 정의감으로 인해 어머니가 금전적 피해를 많이 당하셨기 때문이다. 당시 여러 명의 동네 깡패들이 어느 여인을 성폭행을 하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격투로 막아내시다가, 깡패들의 칼부림에 부상을 크게 당하셨다.
그 후 아버지는 대수술 후 기적적으로 살아나셨다. 물론 그 수술 비용은 어머니가 급전을 구해서 병원비로 모두 지급했다. 당시 아버지 수술비용은 집 몇 채 값 정도의 거금이었다. 아버지는 아무리 술에 취해도, 어머니의 한 말씀이면 조용히 방으로 가서 주무신다. 아무튼 폭력적인 불의에 절대 타협하지 않는 의리 있는 경상도 사나이였다.
지금은 젊은 나이인 67세에 아버지는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당시 나는 철이 없는 청년 대학생이였다. 간암 말기에 진통제 말고는 다른 치료제가 없었다. 시한부 인생을 눈치 챈 아버지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하나 둘씩 막내 아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때 처음 아버지가 살아온 무거운 시대 인생을 알게 되었다.
조금 일찍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이해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당시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효도라고 생각하고, 암환자 병동에서 대학 졸업식을 자체적으로 열었다. 학사복을 쓰고 환하게 웃는 아버지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버지의 노력 덕분에 대학을 졸업했다는 마지막 감사와 위로의 행사였다.
그리움은 후회의 연민이다. 악마가 준 추악한 선물은 후회다. 후회의 과오 속에서 새로운 그리움이 시작된다. 후회로 그리움을 대신하는 순간 우리는 '늙은 바보들'이 된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하여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머리의 그리움은 세월을 따라 잊혀지지만, 가슴의 그리움은 세월을 따라 더 아파진다. 최근 돌아가신 아버지의 청춘 기록을 찾아드렸다.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었다. 살아 생전에 해드리지 못한 나의 무관심이 부끄럽다.
처지에 따라 아버지의 기억이 득(得)이 되는 사람도 있고, 독(毒)이 되는 사람도 있다. 점 하나 차이가 아버지를 다르게 바라본다. 그 또한 우리가 감당해야 할 그리움의 양면성이자, 인생의 업이다. 그러나 불꽃처럼, 바람처럼 자식을 위해 살다 간 나의 아버지, 우리의 아버지를 우리의 기억속에서 잊혀지는 것을 더욱 더 두려워해야 한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조건 없는 연민의 기억이다. 오늘 따라 당신이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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