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195년 역사의 벨기에 브랜드 ‘델보(Delvaux)’

창립자 이름 딴 고급 가죽 공방…1829년 벨기에 브뤼셀에 설립
가장 오래된 명품으로 자리매김
벨기에 왕대비 등 유명 인사 애정…1958년 르 브리앙 20,000개 판매
시그니처 아이콘 백으로 등극해 예술적 다양함 간직·컬래버 진행

깊고 풍부한 색감의 컬러 파레트를 활용한 케스퍼 보스만스은 델보의 아이코닉 핸드백에 새로운 차원의 창의적인 공예 예술을 선보였다.
깊고 풍부한 색감의 컬러 파레트를 활용한 케스퍼 보스만스은 델보의 아이코닉 핸드백에 새로운 차원의 창의적인 공예 예술을 선보였다.
델보 로고
델보 로고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명품 하우스'델보'

델보는 벨기에 왕국이 네덜란드로부터 독립되기 1년 전인 1829년 브뤼셀에 설립되었다.창립자 찰스 델보(Charles Delvaux)는 자신의 이름을 딴 공방을 시작하여 여행용 트렁크 메이커로서 고급 가죽 제품 분야에서는 독보적 선두 주자로 품질 좋은 제품들을 선보이며 1883년 여행용 트렁크와 가방, 액세서리 등으로 제품의 범위를 확장하였다.

제품에 대한 전문성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 실용성을 겸비한 뛰어난 기술력으로 벨기에 왕족과 귀족들 사이에서 큰 명성을 얻으며 '벨기에 왕실 공식 납품업체'라는 칭호를 부여받은 최초의 럭셔리 하우스로 지금까지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명품 하우스들의 설립 일자를 살펴보면 에르메스 1837년, 고야드 1853년, 루이비통 1854년 등으로 1829년에 설립된 델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명품 하우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창립자 찰스 델보
창립자 찰스 델보

1892년 이후부터 벨기에와 프랑스, 유럽 내에 아틀리에를 두어 지금까지도 델보의 모든 제품들을 수작업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1898년 하우스 최초로 '에디슨 트렁크'를 제작하여 디자인 등록을 보유하였다.

19세기 산업혁명의 발달로 철도 여행의 대중화가 시작되었고 귀족들은 여행에 필요한 새로운 제품에 대한 갈망이 시작되는 시점, 델보는 여성들이 여행 중 자신의 귀중품을 편리하게 휴대하는 것을 원하였고 세계 최초로 여성용 가죽 핸드백 "라 프린세스(La Princesse, 1908년)"를 선보이며 핸드백 제품에 대한 최초 특허를 출원하였다.

브뤼셀의 첫 델보매장
브뤼셀의 첫 델보매장

델보의 실용주의 사상과 시대를 앞선 혁신 정신으로 제작된 핸드백은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더 활발하게하고 주도적이고 자유로운 행동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핸드백 제품과 여행용품의 인기로 본격적인 사업을 확장하여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쇠퇴해 가는 20세기 초를 보내게 되었다.

1958년 미국의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델보 브리앙 백(왼쪽), 1959년 벨기에 국왕 알버트 2세와 파올라 왕비의 결혼선물로 제작된 몽 그랜드 보뇌르 백(오른쪽)
1958년 미국의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델보 브리앙 백(왼쪽), 1959년 벨기에 국왕 알버트 2세와 파올라 왕비의 결혼선물로 제작된 몽 그랜드 보뇌르 백(오른쪽)

◆ 여왕의 가방 "델보"

델보는 일명 '여왕의 가방'이라는 명칭으로 유명세를 치루었는데 벨기에의 왕대비인 파올라가 왕비의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델보의 팬이었으며 1959년 벨기에 국왕 알버트 2세와 파올라의 결혼선물로 제작된 델보의 '몽 그랜드 보뇌르' 가방이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파울라 왕비와 마틸드 왕비의 일상 속에서 델보를 들고 다니는 사진과 아틀리에를 방문하는 왕가의 모습이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되면서 유럽 왕족과 귀족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명성을 얻었으며 미국의 영부인 재클린 캐네디의 백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델보는 현재 헐리우드의 패셔니스타 리한나, 레이디 가가, 안젤리나 졸리 등이 애장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블랙핑크의 로제, 김지원, 이영애 등이 즐겨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델보의 셀럽들. 리한나, 레이디 가가, 로제, 이영애(왼쪽부터)
델보의 셀럽들. 리한나, 레이디 가가, 로제, 이영애(왼쪽부터)

◆ 메종 델보의 경영권 인수

부진한 사업결과로 1933년 델보는 가죽 제품 제작에 대한 경험이 없는 농업 기술자 프란츠 슈벤니케가 하우스를 인수하였고 그의 아내 솔란지 슈베니케가 경영과 디자인에 참여하였다. 의상이 아닌 핸드백 제품에 오트 쿠튀르와 같은 시즌 컬렉션을 발표하는 최초의 브랜드가 되었다. 1946년 세계 최초의 항공용 여행가방 '아비아 에어레스(Avia Airess)'를 제작하여 공식 특허를 받으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프란츠 슈베니케의 아내 솔란지 슈베니케가 델보의 디자인과 경영에 함께 참여했다.
프란츠 슈베니케의 아내 솔란지 슈베니케가 델보의 디자인과 경영에 함께 참여했다.

1970년 프란츠가 사망하자 그의 아내 솔란지가 본격적인 경영을 맡아 창의성 강화와 글로벌 비지니스 확장에 주력, 1980년대 말에는 솔란지의 장남 프랑수아 슈웨니케가 델보의 회장을 맡아 경영하기 시작했다. 1988년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프랑스 부르 아르장탈에 또 다른 공방을 열어 제품의 품질과 수요 증가를 충족 시켰고 오랜 역사 속에서도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를 지켜온 델보는 해외에 회사를 설립하면서 벨기에 럭셔리 하우스의 전통과 창의성을 발전시켜 나갔다.

2021년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몽블랑 등을 보유한 스위스의 글로벌 명품 그룹인 리치몬드에서 델보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와 디지털 매체 역량을 강화하여 델보 고객의 '옴니채널'기회를 확대하여 벨기에 내 3개의 매장과 전 세계 60개 이상의 매장으로 확장한 결과, 해외 매출 성장이 3%에서 90%로 증가하였다.

(옴니채널이란: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

황금의 책
황금의 책

◆ 델보의 황금 책 '르 리브로 도르(Le Livre d'Or)'

1829년 창립 이래 3,000개 이상의 다양한 핸드백 디자인을 탄생시키며 오늘날까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델보는 황금의 책 '르 리브로 도르'에 핸드백에 대한 디자인 스케치(가방의 평면 도식화)와 상세한 설명들이 기록된 세계 최대 규모의 핸드백 아카이빙을 간직하고 있다.

195년의 긴 역사 속의 흥미진진한 새로운 디자인들이 빠짐없이 그려져 있으며 예술적인 다채로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델보 하우스의 핸드백에 대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폴 고에탈(Paule Goethals)이 디자인한 델보의 아이코닉 백
폴 고에탈(Paule Goethals)이 디자인한 델보의 아이코닉 백 '르 브리앙(Le Brillant)'.브릴리언트 PM 쉬르피케

1967년 요트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탕페트.
1967년 요트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탕페트.

◆ 델보의 아이코닉 시그니처 백

혁신적인 발명품들로 가득했던 1958년 브뤼셀 세계 박람회에서 델보는 폴 고에탈이 디자인한 델보의 아이코닉 백 '르 브리앙'을 출시했다. 브리앙 백은 64개의 가죽 패턴과 델보의 로고 D 모양의 금속 버클 디테일, 굵고 상징적인 스티치 마감으로 디자인되어 출시 당시 약 20,000개의 브리앙 백이 판매되면서 델보의 시그니처 아이콘 백이 되었다.

이외에도 1967년 요트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탕페트'와 유연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의 '핀(Le Pin)', '마담(Madame)', '심플리심' 등 모던하면서 기능적인 델보 디자인의 새로운 컬렉션들을 선보이고 있다.

쿨박스 미니 에어레스
쿨박스 미니 에어레스

2024년 새롭게 선보인 델보의 '에어레스(L'Airess) 토트백은 에어로 다이나믹(공기역학) 디자인이 접목된 디자인으로 유니크한 타공 디테일과 건축적으로 풀어낸 구조의 미학으로 매우 가벼운 탈착식 프레임으로 연출되었다. 에어레스 토트백은 1946년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 타공 기법으로 제작되어 혁신적으로 무게를 줄인 특허 받은 델보의 항공용 여행 가방 '아비아 에어레스' 에서 영감받아 디자인되었다.

벨기에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와 델보의 콜라보레이션
벨기에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와 델보의 콜라보레이션

◆ 예술성을 바탕으로 한 델보의 콜라보레이션

-르네 마그리트

시대를 초월한 화가이자 벨기에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탄생 125주년을 맞아 초현실주의의 영감으로 디자인된 캡슐 컬렉션을 진행했다. 델보와의 캡슐 컬렉션은 풍부한 상상력과 재치있는 시리즈들을 활용하여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아이코닉 문구로 결합된 디자인과 중산모를 재배치하여 제작된 위트있는 디자인의 브리앙 백과 구름 모티브를 상징으로 생동감 넘치게 표현된 작품들이 선보였다.

-구찌(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컨셉 스토어 볼트(Vault)

구찌가 만든 온라인 컨셉 스토어 볼트와 델보의 캡슐 컬렉션은 지금은 구찌를 떠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실험적인 핸드페인팅 기법을 8개의 브릴리언트 미니 핸드백에 개별 맞춤으로 제작하여 구찌의 컨셉 스토어 볼트에서만 독점 판매하였다.

깊고 풍부한 색감의 컬러 파레트를 활용한 케스퍼 보스만스은 델보의 아이코닉 핸드백에 새로운 차원의 창의적인 공예 예술을 선보였다.
깊고 풍부한 색감의 컬러 파레트를 활용한 케스퍼 보스만스은 델보의 아이코닉 핸드백에 새로운 차원의 창의적인 공예 예술을 선보였다.

-벨기에 예술가 케스퍼 보스만스(Kasper Bosmans)

깊고 풍부한 색감의 컬러 파레트를 활용한 케스퍼 보스만스와의 협업은 상리공생(Mutualism)이라는 주제로 프랑스 오뷔송(Aubusson) 지역에서 정교하게 생산된 태피스트리(색실을 짜 넣어 이미지를 만드는 직물공예)와 델보의 아이코닉 핸드백에 새로운 차원의 창의적인 공예 예술을 선보였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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