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산사태 위험 커져…주민 2,078명 대피

주택·농지 침수, 제방도 무너져…재난본부 대응 단계 3단계 격상
경산서 실종된 40대 女 택배원…탁한 물·빠른 물살에 수색 난항

9일 영양군 입암면에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전날 내린 집중 호우로 도로와 지반이 유실되고 16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9일 영양군 입암면에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전날 내린 집중 호우로 도로와 지반이 유실되고 16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물폭탄' 수준의 집중호우가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경북 곳곳에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있다. 대처하기 어려운 야행성 폭우가 잇따른 탓에 주민들이 귀가·대피를 반복했고, 급류에 휩쓸린 실종자 수색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경북도 재난대책본부는 10일 오전 5시 20분을 기점으로 비상 대응 단계를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고, 산사태 예보(상주·성주·예천 경보, 안동·김천·구미·영양 주의보)를 발령했다.

나흘 간 비가 쏟아지며 지반이 다량의 물을 머금은 데다, 지난 밤 또 한번 폭우가 내리면서 허술해진 토양이 무너질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재난 위기가 커지면서 위험 지역 주민들이 사전 대피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경주와 칠곡, 울릉을 제외한 도내 19개 시·군에서 지난 6일 이후 이날 오전 6시까지 1천491가구, 2천78명이 사전 대피했다.

경산에서는 전날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실종된 40대 여성 택배원에 대한 수색 작업이 이틀째 이어졌으나 빠른 물살과 탁한 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9일 영양군 입암면에서 한 주민이 폐허가 되버린 집에서 생필품을 옮기고 있다. 이곳은 전날 내린 집중 호우로 도로와 지반이 유실되고 16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9일 영양군 입암면에서 한 주민이 폐허가 되버린 집에서 생필품을 옮기고 있다. 이곳은 전날 내린 집중 호우로 도로와 지반이 유실되고 16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날 경찰·소방은 수색 인원 210여 명과 수난탐지견·인명구조견에 보트, 경찰 헬기, 드론 등 장비를 총동원해 실종 지점으로부터 하류 3㎞까지 하천 수색을 이어갔다.

이현우 경산소방서 팀장은 "하천 폭이 넓은 곳은 4~5m나 되는 데다 수초가 많고, 현재 육안 수색만 가능한데 흙탕물이 계속 흘러 물 속을 잘 살필 수 없어 실종자를 찾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폭우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밤 사이 시간당 7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김천에서는 주택과 농지, 차량이 침수됐고 제방 소실과 토사 유출, 도로 통제 등 피해가 속출했다.

영천에서는 오미동 의머리못 주변 도로가 침수돼 교통이 전면 차단되는 등 78건의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해 복구를 이어갔다.

영양에서는 지난 7일 이후 이날까지 입암면 금학리와 대천리 등에서 주택 5채가 반파됐고, 16채가 침수됐다. 같은 기간 200㏊(고추 130㏊, 과수 20㏊, 콩 15㏊, 기타 35㏊) 규모의 농작물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도내 주요 하천에서 홍수 특보도 잇따랐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오전 8시 영천 금호강 자호천 단포교에 홍수주의보를 내린 데 이어 8시 20분 금호강 영동교, 9시 20분 금창교에 각각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또 오전 10시 20분에는 칠곡 낙동강 호국의다리, 낮 12시 40분에는 예천 낙동강 구담교에 각각 홍수주의보를 내렸다.

경북도 재난대책본부 관계자는 "호우경보가 지속되는 만큼 하천 주변 산책로와 계곡, 급경사지, 농수로 등 위험지역에는 절대 접근하지 말고, 산사태나 범람 등 위험 징후가 보이면 즉시 대피하는 등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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