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리더 열전] 성점화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대표 "나누고 더불어 사는 삶이 최고 행복"

2015년 구강암 수술 후 어려운 이 돕고 봉사하는 삶 다짐

성점화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대표
성점화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대표

9년 전 구강암 수술을 받고 남은 인생은 이웃을 돕고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에 바치겠다고 다짐한 이가 있다. 성점화(63)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대표 얘기다.

성 대표는 2017년에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대구 105호 회원이 됐다. 2년 전 인생 최대 고비를 맞아 결심한 바가 있어서다. 그는 2015년 구강암 판정을 받고 생애 처음으로 죽음을 눈 앞에 맞닥뜨리는 경험을 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지만 운영하던 회사에도 나가지 않고 2년 동안 오로지 치료 및 회복에만 전념했다.

그러면서 "몸이 나으면 베풀고 나누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이 약속을 지킨 것이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이다. 그리고 6년 후인 2023년에는 250여 명에 달하는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대표를 맡아 나눔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성 대표는 "2015년 당시는 사업적으로 무역의날 1천만불 수출탑과 대통령 표창도 받을 만큼 모든 게 순조롭던 때였는데, 날벼락 같은 구강암 진단을 받고는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온 제 인생의 모든 것을 다시 원점에서 생각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맨손으로 고생 끝에 회사도 탄탄하게 일궈 놨는데 갑자기 암이라니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29살 때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든 그는 처음에는 마대자루 생산하는 회사부터 시작했다. 기계 만드는 업체에 돈 벌면 갚겠다고 사정해 기계를 들여올 정도로 어렵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성실과 신의로 사업은 날로 번창해갔고 현재는 건축물 내장재와 외벽 마감재를 전량 수출하는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힘든 시절을 겪었기에 사업하는 내내 어려운 이들에게 베푸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암 수술 후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마음이 깊어졌다. 보여지는 것이 아닌 진정 어린 마음으로 기부와 봉사를 했고, 자신 보다는 타인의 행복을 더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이런 일 이후로 성 대표의 삶은 나눔과 봉사의 삶으로 자연스레 옮겨갔다. 아너소사이어티 외에도 2019년부터는 대구FC엔젤클럽의 다이아몬드엔젤 회원으로 활동하며 매년 1천만원을 대구FC에 후원하고 있다. 2020년에는 대한적십자사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인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RCHC)에도 가입했다. 본인 회사 직원 한 명이 큰 부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을 때에는 그 자녀 3명이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월 200만원씩을 지원하겠다는 약정서까지 쓰고 이를 지켰다.

그는 기부 뿐 아니라 장애인들을 돕는 일에도 열성이다. 대구시척수장애인협회와 국제장애인문화교류대구시협회 후원회 활동을 통해 나눔과 봉사를 병행하고 있고, 두 협회에 개인적으로 대형 차량(7천만원 상당) 한 대씩도 기증했다. 2019년에는 대구시척수장애인협회 회장을 맡아 '휠체어 타고 하늘을 나르다'를 기치로 척수장애인들의 꿈인 '제주도 여행' 로망을 실현해줬다. 휠체어를 타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척수장애인 20명에게 생애 처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만만치 않은 여정을 거쳐야 했다. 휠체어를 타고 탑승하면 좌석 2개 이상을 차지하기에 때문에 우선 여러 팀으로 나눠 다른 비행기를 타야 했고, 봉사자도 척수장애인 1명 당 2명, 총 40명을 동반해야 했다. 2박3일 일정 내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로 긴장을 늦추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성 대표는 "이런 수고로움도 기뻐하는 척수장애인들의 얼굴을 보고선 싹 잊혀지더라"며 "기부와 봉사도 중독성이 있는데, 하다 보면 본인이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너무 커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는 기부와 봉사에 대한 공으로 복지부장관 표창 등 무수히 많은 상도 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민간 차원의 국제교류 분야로도 봉사 영역을 넓혀갔다. 대구경북국제교류협의회 한국·모로코협회 활동이 그것이다. 2020년 한국·모로코협회 창립 회장을 맡은 그는 이후 모로코가 어려울 때마다 발 벗고 나섰다. 협회 차원에서 2020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투명 안면 보호 마스크를 보냈고 2023년 모로코 지진 때에는 적십자를 통해 3천만원의 구호성금도 전달했다. 그해 회원들과 함께 모로코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주 한국 모로코대사관 명예영사로 임명돼 활동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역사회에 나눔문화를 확산시켜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성 대표는 "아너소사이어티 대구 회원들과 함께 주변의 많은 이들이 기부에 동참하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힘쓸 것"이라며 "개인적인 바람은 아내와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그리고 배려하고 베풀고 살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것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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